법정최고금리에 수수료율 더해 금리 산정…경기악화 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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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부실 뇌관으로 꼽히는 브릿지론의 조달 비용이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안보인다. 신규 대출 금리는 법정최고금리(20%)에 수수료율을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되고 있고 차환금리도 10%대 수준이다. 부동산 사업성 악화로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넘어가는 사업장이 크게 줄어든 만큼 시행사와 건설사의 향후 자금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여진다.
브릿지론은 시행사가 본 PF로 넘어가기 전 토지대금 마련에 필요한 자금을 일시적으로 조달하는 대출이다. 보통 만기가 짧고 금리가 높아 제2금융권들이 취급해왔다. 거듭되는 미분양 우려에 브릿지론 차환에 적색등이 켜지면서 일부 중소형 증권사, 저축은행 등을 향한 부실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리스크가 확대된 만큼 대출 금리도 상향곡선을 그려왔다. 브릿지론 금리는 2021년 연 8~9%에서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인 20%까지 올랐다.
근래 신규 브릿지론 발행에선 '올인코스트 기준 연 50%' 수준의 금리가 적용된 사업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올인코스트는 조달 자금에 수반되는 비용인 이자, 취급 수수료, 주선 수수료 등을 포함한 총 비용을 의미한다. 주로 자기자본을 투입해 사업하기 어려운 시행사들이 대출 주체로, 법정최고금리(20%)에 연간 수수료율을 더해 산정한다.
사실 이 금리 산정식은 대체로 리스크가 높다고 평가된 사업장 중심으로 적용됐다. 중소형 증권사들 위주로 높은 이자수익을 거두기 위해 관련 대출을 취급해왔다. 그런데 최근엔 경기도 평택시 주택 사업장에서 '올인코스트 연 50%'가 적용됐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건설 호재 등으로 사업 안정성이 낮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음에도 고금리를 감당하게 됐다.
신규 발행뿐 아니라 차환 비용도 높아졌다. 시공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행사나 건설사의 사업장은 10%대 고금리를 얹는 방식으로 차환 자금을 구하러 다니는 중이다. 최근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넘어간 사업장에도 '꾸역꾸역', '간신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은 여전히 만기연장을 거듭하고 있다. 다만 차환이 지속 가능할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브릿지론 상환이 크게 줄어든 탓에 대주 측의 대출 한도도 목전에 찼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도 신규 브릿지론 대출이나 차환 관련 딜을 검토 중인 분위기지만 유동성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시공사의 지급보증'이라는 조건도 붙고 있다. 기초자산에 대해 시공사가 지급보증을 서줘야만 대주 측에서 브릿지론 집행을 검토하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 효제동 소재 오피스텔 사업장의 브릿지론은 시공사 DL이앤씨가 자금보충 의무를 부담한 덕에 만기를 연장했다. 서울 용산구 크라운호텔 개발사업도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신용공여로 브릿지론 일부 차환이 가능했다.
가중되기만 하는 금융비용에 일종의 고육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금융업계 주니어 직원들은 '증권사에 다니는 건지, 고리대금업체에 다니는 건지 헷갈린다'라고 토로하기도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중되는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펀드 같은 산소호흡기를 어려운 사업장에 공급하는 것이 적절한가 생각이 든다"라며 "사업성이 낮아진 사업장을 타 시행사가 염가에 매입, 재개발을 추후 진행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해야 시장에 활기가 돌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