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레버리지비율 103%로 뚝 떨어져...최대 7兆 출자 여력
덩치 비슷한 신한금융, CET1 12.95%...잉여자본 축소에 집중
2분기 자사주 소각 KB 3000억ㆍ신한 1000억...자본여력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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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과 신한금융의 자본여력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경기 급변과 사업 확장, 주주들의 환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자본여력은 현 시점에서 금융지주사 간 경쟁력을 비교할 때 가장 중요한 척도로 떠오르고 있다.
자산총계ㆍ자기자본 등 KB금융과 신한금융의 표면적인 '덩치'는 엇비슷하다. 그러나 자본활용 능력의 격차로 인해 비은행 추가 인수합병(M&A) 등에 활용할 수 있는 KB금융의 자금동원능력은 약 최대 7조원으로, 신한금융의 5조원을 크게 앞선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자본여력은 주주환원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회사 간 밸류에이션(가격) 차별화의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KB금융지주는 25일 올 상반기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6.95%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최근 중요도가 증가하고 있는 보통주자본(CET 1)비율은 13.78%였다. 모두 4대 금융지주사 중 1위 수준의 수치다.
국내 금융지주사의 CET1 비율의 '하한선'은 보통 10.5%로 통한다. 바젤III에서 지정한 기본적립비율 4.5%에 자본보전 완충자본 2.5%, 시스템적 중요은행ㆍ은행지주(D-SIB) 1%, 그리고 경기 상황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지시할 수 있는 최대 2.5%의 경기대응 완충자본 의무를 합친 수치다.
KB금융의 경우 대략적으로 위험자산이 2조원 증가하면 CET1 비율이 10bp(0.1%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ET1 비율 10.5%를 마지노선으로 삼았을 때, KB금융이 추가로 감내할 수 있는 위험자산의 규모는 66조원 안팎으로 계산된다. 자산 62조원ㆍ자기자본 6조원의 KB증권이나, 자산 55조원ㆍ자기자본 5조원의 농협생명급 금융회사를 하나 더 보유할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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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의 상반기 말 기준 이중레버리지비율도 103%로 규제한도인 130%까지 큰 격차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레버리지 규제에 따른 KB금융지주의 자회사 출자한도는 6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중레버리지비율과 CET1 비율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때 KB금융의 자본 동원 능력은 최대 7조원 안팎이라고 계산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이론적인 수치다. KB금융은 CET1 비율 관리 목표치를 13%로 제시하고 있다. 13%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며, 초과분은 주주환원 등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한 KB금융의 위험자산 추가 인수 여력은 약 16조원 안팎으로 계산된다. CET1 비율 13%를 유지하면서도 약 1조~2조원 사이 규모의 M&A나 자회사 추가 출자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지주는 27일 올 상반기 말 기준 BIS 자기자본비율을 15.92%, CET1 비율은 12.95%로 발표했다. KB금융과 같은 잣대로 단순 비교해보면, CET1 비율 10.5% 기준으로 위험자산을 약 49조원가량 추가로 인수할 수 있는 수준이다. 총자산 약 42조원의 현대해상급 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는 수준의 여력으로, KB금융과는 약 17조원가량 차이가 난다.
신한금융의 CET1 자본비율 관리 목표는 12%다. 관리목표만 보면 신한금융이 KB금융보다 여유가 있어보이지만, 사정은 다소 다르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이 CET1 비율에 여력을 갖게 된 건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 까닭이다. 당시 11%대에 머물던 CET1 비율을 12%대로 끌어올렸다. 이는 지분 희석으로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핵심 배경이 됐다. 이후 신한금융은 잉여자본 축소에 집중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상반기 말 기준 111%로 파악된다. 규제비율 130% 기준 자회사 출자여력은 5조원 안팎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투자 여력이 4조원에 그쳤지만, 지난 1월 4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이익잉여금 6000억원을 쌓는 등 자본을 크게 늘리며 여력을 키웠다.
KB금융의 CET1 비율 제고는 직접적인 유상증자 없이 이뤄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은 업계 1위 순이익을 바탕으로 이익잉여금을 쌓아가며, M&A나 증자 등 자회사 출자 과정에서는 가능한 보통주자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방식으로 확장을 해왔다. KB증권에 대한 5300억원 규모의 자본 지원을 '신종자본증권 인수' 방식으로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현대증권 및 LIG생명보험 인수 과정에서 자사주 교환을 통해 지분 희석을 줄이고 자본 활용도를 높인 점도 회자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자본여력 격차는 주주환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KB금융은 25일 3000억원의 자사주 매입 소각을 발표했다. 지난 3월에 이어 올해 누적 자사주 매입 소각 규모가 6000억원에 달한다. 신한금융 역시 자사주 매입 소각 계획을 내놨지만, 규모가 100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누적 자사주 매입 소각 규모는 4000억원이다.
2분기 분기 배당 액수는 신한금융이 주당 525원(시가배당률 1.5%)으로 KB금융 주당 510원(시가배당률 1.1%)을 다소 앞선다. 다만 신한금융은 연간 균등 배당을 계획하고 있다. 연말 배당이 핵심인 KB금융과 다소 격차는 있을 거란 전망이다. KB금융의 연말(4분기) 배당은 주당 1500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증권ㆍ손해보험사ㆍ생명보험사를 모두 인수하고도 상당 수준의 자본안정성과 여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신한금융은 아직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를 완성하지 못했다"며 "신한금융은 당분간 외형 확장보다는 주주환원율을 높이며 '주주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