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쿠팡 전면전…쿠팡의 다음 칼날은 신세계로?
'온·오프 1위' 노리는 쿠팡, 'CJ부터' 공격 전략
'쿠팡 견제' 동맹 맺는 신세계·CJ는 '화해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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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과 ‘햇반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쿠팡이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쿠팡과 CJ그룹 간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쿠팡의 도발 배경에 대한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CJ그룹과 쿠팡의 갈등은 유통업계 신구세력 갈등의 시작에 불과하단 전망이다. 쿠팡이 최근 ‘국내 유통 1위’를 목표로 삼은 가운데 쿠팡의 궁극적인 칼날은 오프라인 1위인 이마트(신세계그룹)를 향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24일 쿠팡은 CJ올리브영을 이른바 ‘납품업체 갑질’(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쿠팡 측은 공정위 신고서에서 “CJ올리브영이 2019년부터 현재까지 쿠팡의 뷰티 시장 진출을 막고자 뷰티업체에 납품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는 등 지속해 거래를 방해했다”며 “납품업자로부터 경쟁력있는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등 사업에 막대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많은 납품업체들이 CJ올리브영의 압박에 못이겨 쿠팡과의 거래를 포기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CJ올리브영 측은 “협력사의 쿠팡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미 CJ제일제당과 쿠팡이 이미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라 섣불리 강경 대응에 나서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CJ제일제당은 쿠팡에 지급하는 납품가 갈등으로 작년 말부터 쿠팡에서 즉석밥 등 일부 제품을 팔지 않고 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CJ 내부에서도 이번 쿠팡의 신고에 대해 대응 방안을 숙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의 갑작스러운(?) 공격의 배경으로는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2019년부터 CJ올리브영의 위반행위를 인지했다는 것인데, 하필 ‘지금’ 쿠팡이 문제를 제기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는 해석이 많다. 단순 기업 규모만 비교해도 쿠팡과 CJ올리브영은 그 차이가 커 단순히 '갑질' 신고 목적이 아닐 것이란 분석이다. 대규모 법무팀을 이끄는 쿠팡인만큼 치밀한 전략 없이 법적 대응에 나섰을 가능성은 낮다는 평이다.
쿠팡의 CJ올리브영 공정위 신고는 공정위와의 분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도 있다. 쿠팡과 CJ올리브영 모두 공정위로부터 유사 혐의로 제재를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다. 공정위가 양사를 경쟁자로 인정하냐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온라인-오프라인 시장 지배력 판단 기준이 재정립 될 수 있다. 시장 획정 기준에 따라 양 사의 제재 관련 과징금 규모가 달라지게 된다.
시장에선 쿠팡이 CJ그룹과의 전면전 예고라는 관측이 많다. CJ그룹과 쿠팡은 생활 밀착형 업종에서 부딪힐 지점이 많다. 식품, 뷰티도 있지만 CJ대한통운과 쿠팡의 물류 전쟁도 치열하다. 쿠팡은 2021년 택배 운송사업자를 취득하고 택배사업 확장에 힘을 쓰고 있는데 3월 기준 택배 물동량이 시장 2위를 기록했다. 한편 택배업계 부동의 1위인 CJ대한통운은 최근 50%대 점유율이 깨졌다.
CJ그룹과 쿠팡의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한편, 결국 쿠팡의 최종 ‘타깃’은 신세계 그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쿠팡은 내부적으로 최종 경쟁상대를 이마트(신세계)로 설정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 없이 ‘국내 유통 1위’를 목표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쿠팡과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과의 갈등 심화는 예고된 미래다. 오프라인 업체들은 온라인 강화가 제1 목표인데 쿠팡이 온라인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커머스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쿠팡도 기존 온라인에서 추가적인 확장을 꾀할 수밖에 없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통상 시장 지배력을 가졌다고 인정되는 점유율 30% 달성을 내부적으로 목표로 하고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올해 1분기 기준 온라인 거래 시장에서 약 2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쿠팡은 최종 경쟁상대를 이마트로 설정하고 국내에서 온라인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유통 1위를 노리고 있다”며 “CJ와 갈등을 빚고 있지만 결국 쿠팡의 최종 타깃은 신세계고 신세계와 연합인 곳부터 건드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유통 1위인 신세계도 쿠팡의 공세가 신경이 쓰이는 상황이다. 쿠팡이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등 기존 업체들과 갈등이 표면화하자 신세계 내부에서 ‘다음은 우리일까’ 우려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6월 출범한 신세계의 ‘유니버스 클럽’ 신세계 통합 멤버십도 쿠팡을 정조준했다. 유니버스 클럽은 이마트·신세계백화점·신세계면세점·G마켓·SSG닷컴·스타벅스 등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멤버십으로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협력사도 타깃이다. 쿠팡 등 이커머스들이 입점사와 판매수수료(납품단가)를 둘러싸고 충돌하는 점을 고려해 ‘협력사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것이다.
쿠팡의 공세가 강해지는만큼 CJ와 신세계 등 ‘쿠팡 외’ 업체들의 연대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쿠팡에서 빠진 CJ제일제당은 최근 롯데온, 11번가, 컬리, 신세계그룹 유통사와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신세계와 CJ제일제당의 협력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신세계그룹 유통 3사(이마트·SSG닷컴·G마켓)는 지난달 파트너십을 맺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는 CJ제일제당과 함께 제품을 개발하기도 하고, 유통과 마케팅 단계 등 전방위 협력을 계획하고 있다.
일각에선 쿠팡의 도발이 CJ와 신세계 ‘범삼성가(家)’의 화해에 도화선이 됐다는 평도 있다. CJ는 대표적인 범삼성이지만 지금까지 삼성가와 해묵은 앙금을 이어가며 ‘범삼성’과 협력이 거의 없었다. 지난 2012년 고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이 남긴 재산을 놓고 장남 이맹희 명예회장과 3남인 동생 이건희 회장 간 상속 소송이 이어지며 삼성-CJ 두 집안은 갈등과 분열을 이어왔다. 당시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지지하면서 CJ-신세계 그룹 간의 앙금도 더해졌다.
그러나 지난해 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모친인 고 손복남 CJ그룹 고문의 별세를 계기로 ‘금기’가 풀리면서 범삼성 그룹 간 해빙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쿠팡 견제’라는 공동 목표를 둔 CJ와 신세계가 연합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은 정체지만 온라인은 커지고 있으니 오프라인의 1위 사업자인 신세계와 온라인 1위인 쿠팡의 접점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쿠팡과 신세계 서로가 견제될 수밖에 없는데 마침 쿠팡이 CJ제일제당과 갈등이 생겼으니 CJ와 신세계 입장에선 쿠팡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해 돌파구를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