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잡히는 한화금융…역할 중요해진 손보, 매물된 저축은행
입력 2023.08.03 07:00|수정 2023.08.03 10:25
    잠재 매물 거론 한화손보, 印尼 리포와 거래하며 중추로
    저축은행은 올해 초부터 매각 나섰으나 가격 차에 무산도
    보험ㆍ증권 금융 두 축 공고…글로벌 사업 확장 속도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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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그룹이 금융 계열사 재편을 시도하면서 '한화금융'의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꾸준히 잠재 매물로 꼽혀 왔던 한화손해보험은 주요 수익성 지표가 개선되고, 인도네시아 리포그룹 투자에서도 중추 역할을 맡으며 그룹 내 입지가 다시 공고해졌다. 반면 계열사간 시너지가 약하고 최근 부동산PF 부실 위험까지 떠안은 한화저축은행은 매각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이를 한화그룹 3세 승계 구도와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사업을 이끌고 있는데, 한화저축은행은 한화생명이 아닌 한화솔루션 산하에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동원 체제'가 보다 공고해지면 금융 계열사의 글로벌 사업 확장 행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한화손보 매각설은 지난해 3분기 말 자기자본 1152억원을 기록, 자본잠식률 93.7%로 완전 잠식을 겨우 면하면서 불거졌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3월 2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5월 1500억원 규모의 영구채, 9월 850억원 규보의 신종자본증권을 연이어 발행하며 재무건전성을 위해 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올해 초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크게 떨어지자, 매각설은 더욱 확산됐다. 한화손보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9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하락했다. 보험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54.1% 감소했다. 장기보험 손익이 42.6%가량 감소하면서 핵심인 보험사업이 주춤한 영향이 컸다. 

      다만 올해 상반기 새 회계제도의 수혜를 입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자본총계가 3조원대까지 급증하면서 올해 자본잠식 상태도 벗어났다. 장기보장성보험 비중이 높아 CSM 확보도 유리해졌다. 3월 말 기준 한화손보 CSM은 3조7148억원으로, 직전 분기(3조5506억원) 대비 4.6% 늘었다. 보험업계에선 한화손보의 CSM이 올해 3분기부턴 5조~6조원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투자시장에서 매각설은 잦아들었다. 한화그룹도 한화손보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오히려 리포그룹 금융사 인수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면서, 한화생명과 함께 금융 계열 중추로 자리잡았다. 

      최근 한화는 인도네시아 재계 순위 6위인 리포그룹의 금융 계열사들을 인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3월 한화 약 982억원에 리포손해보험(Lippo General Insurance)을 인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난 6월 그룹사의 칩타다나증권 및 칩타다나자산운용사 지분 80%를 약 658억원에 사들였다. 손보 실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리포그룹으로부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까지 소개받게 됐고, 최근엔 은행 계열사 인수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해당 인수 과정에서 중추 역할을 수행한 회사가 한화생명 인도네시아법인과 한화손보다. 최근 일부 글로벌IB가 한화그룹에 한화손보 매각을 제안했지만, 한화손보가 중요한 딜(거래)을 많이 담당하고 있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PE(사모펀드) 관계자는 "확실히 손보 시장에서 한화손보 매각설은 쏙 들어간 상황"이라며 "지난해 RBC(지급여력) 비율이 떨어지면서 2000억원대 유상증자까지 단행했을 때완 분위기가 다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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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저축은행은 꾸준히 매각 작업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한화그룹은 올해 초부터 별도의 자문사 없이 직접 원매자를 물색, 몇몇 금융사와 협상 테이블을 차렸으나 거래가 무산됐다. 한화와 원매자의 눈높이가 2배 가까이 차이가 난 터라 의견을 모으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최근엔 사모펀드(PEF)와 거래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화그룹 안에서도 한화저축은행은 ‘애물단지’ 분위기다. 과거 김승연 회장은 적대적 M&A위기에 처한 누나 김영혜 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축은행을 떠안았다. 1000만원도 되지 않는 가격에 회사를 인수했지만, 금융 당국의 권고로 인수 직후 23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밑 빠진 독’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최근 저축은행들의 부동산PF 및 대체투자 부실 위험이 커진 점도 부담스럽다.

      한 한화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한화저축은행은 한화의 건설 부문이나 금융 부문에서 인정받지 못한 임원들이 이동해 은퇴 시기까지 머무는 한직(閑職)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금융사간 시너지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저축은행은 한화솔루션의 손자회사이자 합성수지 및 기타 플라스틱 물질 제조업체인 한화글로벌에셋의 완전 자회사다. 한화금융 지배구조의 최상단엔 한화생명이 자리하고 있는데, 한화저축은행 홀로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의 관리 라인에 남아 있어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이 빠른 시일 내 저축은행을 매각하고 손보를 확장하면서 금융업에서도 3세 경영 체제를 확고히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은 모두 한화그룹 내 각 계열사에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에너지 및 방산,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막내인 김동선 전략본부장은 호텔•유통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중이다.

      이중 김동원 사장은 지난 2015년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을 시작으로 최근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에 올랐다. 여승주 대표이사의 임기인 2025년 이후 최고 경영직 자리를 맡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저축은행의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며 “또한 한화손보 대주주인 한화생명은 한 번도 손해보험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고 매각을 검토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