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애널리스트만 참석 가능했던 에코프로 컨콜
원활한 행사 진행에 우선순위 밀린 주주권익
수익성 증명 위해 자본시장과의 소통 뒷받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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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소문난 잔치에 자리가 없었다" (한 운용사 운용역)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매수세로 단기간 내 몸집이 급히 불어난 에코프로그룹 상장 3사의 실적이 3일 발표됐다. 이와 함께 기관투자자(이하 기관) 대상 컨퍼런스콜(이하 컨콜)이 진행됐다. 하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만 참석이 가능했고, 시장엔 정제된 내용만이 전해졌다.
에코프로는 올해 상반기 컨콜 회선을 일부 애널리스트에게만 공유했다. 개인별 비밀번호를 배부해 타인과도 공유하지 못하게 했다. 컨콜 청취를 희망하던 일반 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이 참석을 거부당하는 일이 생기며 일각에선 '에코프로 컨콜은 아무나 참석이 가능하지 않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전문이라도 공유 받으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컨콜의 하이라이트인 'Q&A' 부분을 통해 기업의 고민이나 향후 움직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었을 테다. 그러나 전문을 공유 받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컨콜에 참석한 애널리스트들이 전체 내용을 정리해 공유한 내용 정도로 갈증을 해소해야 했다.
한 운용사 운용역은 "컨콜 중 일부 내용이 생략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최근 애널리스트들도 기업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컴플라이언스가 통과된 내용만 보고서를 통해 공유하는 분위기가 짙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유되지 않은 컨콜 내용 중 유의미한 것은 그닥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왜 숨길 내용이 딱히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폐쇄적인 방식을 택한 걸까. '급격히 고평가된 만큼 숨길 것도 많은 기업'이라는 인식을 시장에 줄 필요가 있었을까.
불가피한 사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관을 사칭한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이 한 기업의 기관 대상 컨콜에 참여하며 분위기를 흐린(?) 사례도 있었다.
가장 현실적인 설명은 업력과 노하우 부족이다. 워낙 단기간에 주목을 받은 기업이다보니 대규모의 주주들이나 기관들이 한꺼번에 참석해 질문을 퍼붓고 이에 응대할 수 있는 방법이나 실력, 시스템이 모두 부족했을 것이란 유추다.
결국 주주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따져보면 에코프로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추격매수한 개인들은 '성장 가능성'에 집중한 장기투자자가리보다는 '단기차익'에 집중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런 개인 주주들에게 에코프로그룹이 충분한 고마움을 느낄지, 또 그만한 대접을 할 필요성을 느꼈는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에코프로의 미래에 베팅해 순식간에 100만원이 넘는 주가를 만들어 준 이들도 역시 주주들이다.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굳게 믿고 투자한 이들이다. 그렇다면 그만한 대우 정도는 주주들에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주주대응 체계 정도는 제대로 만들어 놓았어야 한다.
기관들과의 관계 정립은 더 큰 문제다. 금번 컨콜에 참여하지 못한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선 "기관한테까지 이럴 필요가 있나"라는 말이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에코프로 컨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던 한 운용역은 "에코프로 주가는 실적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닌데 굳이 컨콜을 모두에게 공개해서 뭐하겠어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에코프로그룹 상장 3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이 800배에 달하는 등 고평가 논란은 여전하다.
에코프로는 이같은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행여라도 실적을 공개하고 기대보다 낮은 숫자를 내놔도 여전히 치솟는 주가를 보며 "역시 우리의 주가는 실적과 무관해"라고 하고 있지는 않을까.
게다가 다른 계열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다. 2차전지 관련주에 쏟아지는 출자자(LP)들의 러브콜에, 공모청약이 미달이 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추후 조달까지도 고려한다면 주주들과 기관과의 관계를 좀 더 단단히 다져놓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