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없는 KB는 악재' 투신 중심 매도세 쏟아져
신한은 외국인ㆍ기관 쌍끌이 매수 '회복 탄력성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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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라이벌인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주가 방향성이 엇갈렸다. 금융주들이 전반적으로 보합세를 보이는 가운데 KB금융은 명백한 하락세를, 신한금융은 의외의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날 주가 움직임의 배경으로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연임 포기 선언을 꼽고 있다. 9년간 KB금융을 이끌며 순이익 규모를 3배로 늘린 윤 회장이 오는 11월 퇴임키로하며 그간 신한금융과 대비해 보여줬던 상대적인 우위가 줄어들지 않겠냐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KB금융 주가는 7일 전 거래일 대비 1.54% 하락한 5만12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반면 신한금융은 1.28% 상승한 3만55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KRX 은행업 지수는 전일 대비 0.11% 하락한 약보합세를 보였고 하나금융지주ㆍ우리금융지주 등 타 금융주 역시 주가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주가 추이는 눈에 띄었다는 평가다.
윤 회장의 연임 포기 선언이 주가에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6일 윤 회장은 현재 진행중인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윤 회장은 관치(官治) 논란 등을 고려해 8일 발표 예정인 1차 숏리스트(적격후보자) 명단에 참여할 지 여부를 고민해왔다. 이에 따라 차기 KB금융 회장은 양종희ㆍ허인ㆍ이동철 부회장 등 윤 회장이 육성한 차기 후보군에서 선출될 예정이다.
KB금융 주주 입장에서 윤 회장의 용퇴는 악재로 해석된다는 평가다. 윤 회장은 2014년 이른바 'KB 사태' 이후 이사회까지 총 사퇴하는 가운데 회장으로 취임해 9년간 KB금융을 이끌어왔다. 9년간 KB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갖추고, 그룹 순이익 규모를 3배 이상으로 끌어올렸으며, 시가총액 및 순이익 규모 측면에서 '1위 금융그룹'에 오르게 됐다.
차기 후보군 중 윤 회장을 완전히 대체할만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망 매물이 나왔을 거란 분석이다. 이날 KB금융 매도세는 대부분 국내 투신 창구에서 나왔다. 외국인 순매수 규모도 최근 10거래일 중 제일 적었다.
반면 신한금융은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섰다. 신한금융은 진옥동 회장 취임 이후 분기배당에 이어 올해 두 분기 연속 자사주 매입ㆍ소각을 결정하는 듯 주주환원율 제고에 집중하고 있는데다, 연초 최고가 대비 현 주가 하락폭이 KB금융 대비 컸다는 점에서 저가 매수세가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신한금융 6%, KB금융은 7%에서 최대 7.8%로 다소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신한금융이 상대적으로 주가 하락율이 컸기 때문에 주주환원율 제고 및 내실경영이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면 주가 회복 탄력성이 더 크게 작용할거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