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형 은행 등급 강등에도 영향 받아
美 연구소가 '초전도체' 부정하자 관련주 일제 급락
기관, 대형주ㆍ지수 인버스 담으며 증시 겨울 대비
-
이렇다 할 호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국내 증시가 대외발 악재에 휘둘리는 가운데, 테마주 사이에 수급이 급격히 순환매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개인ㆍ외국인 할 것 없이 유동성이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변동성 큰 박스권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거란 전망이다.
이런 어려운 환경 속 생존을 위한 선택은 주체별로 갈렸다. 개인투자자들의 선택은 '아는 주식'이었다. 초전도체 테마가 힘을 잃자 곧바로 이차전지에 다시 달려간 것이다. 기관들의 선택은 저평가 대형주와 지수 인버스 상품이었다. 원화가치가 다시 하락하는 가운데 외국인 수급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 증시는 이렇다할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대외 악재에 취약하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8일 오전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인 건 외국인들의 급격한 매도세 때문이었다. 그 배경을 두고 아소 다로 일본 집권 자민당 부총재의 대만 방문이 꼽힌다. 아소 다로 부총재 방문을 전후해 중국 위안화 역외 환율이 약세로 돌아섰고, 이에 민감하게 반응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며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주 위주로 하락세가 이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아소 다로 부총재의 대만 방문과 대만 해협 관련 발언으로 인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하며 홍콩ㆍ대만 및 국내 증시가 하락하고 달러화 강세ㆍ엔화 약세도 확대됐다"며 "최근 시장이 악재성 재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이를 빌미로 차익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지적했다.
오후 들어 무디스가 10개 미국 중소은행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대형은행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 역시 국내 증시에 악재가 됐다는 평가다. 무디스는 이날 M&T뱅크ㆍ올드 내셔널 뱅코프 등의 신용등급을 강등했으며, BNY멜론ㆍUS뱅코프 등 대형 은행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 파급력은 제한되긴 했지만, 해당 소식이 전해진 후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주를 중심으로 낙폭이 좀 더 커지는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다.
지난주부터 '대세 테마'로 자리잡은 '초전도체' 주식은 갑작스럽게 된서리를 맞았다. 이른바 '초전도체' 대장주로 평가받던 코스닥 상장사 서남은 상온상압 초전도체(LK-99)와는 상관없다는 해명에도 불구, 투기 수요가 몰려들며 이날 오전에도 전일 대비 20% 이상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후 들어 미국 연구소에서 '초전도체가 아니다'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며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었다. 서남은 곧바로 하한가로 직행했다. 하루 주가 변동폭이 50%에 달했다. 서남 외에 초전도체 관련주로 분류되던 덕성, 모비스도 하한가에 가까운 낙폭을 보였고, 파워로직스, 원익피앤이 등은 두 자릿 수 하락세를 보였다.
당장 전날까지만 해도 새 성장 테마를 찾아 이차전지에서 탈출한 자금이 초전도체 관련주로 모여드는 모양새였다. 초전도체 테마가 급격히 사그라들며, 빠져나온 자금은 다시 이차전지로 향했다. 이차전지 테마주의 우두머리격인 에코프로를 비롯해 포스코홀딩스, LS 등이 모두 오후 들어 강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한 STX는 20% 이상 급등했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시장에 돌아다니는 실질 유동성은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업황 회복도 아직 시야 안에 들어오지 못하며 국내 증시는 당분간 표류할 거란 전망이다. 일정 박스권에서 큰 변동성을 보일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와중에 기관 투자가들은 보수적인 관점으로 그간 낙폭이 컸던 저평가 우량주를 중심으로 매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관들은 7일엔 에쓰오일ㆍKTㆍ네이버ㆍ삼성SDSㆍ신한금융지주 등을 집중적으로 매수했고, 8일엔 하이브ㆍCJ제일제당ㆍ현대해상ㆍ하나금융지주 등을 매수했다.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도 많이 담았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개인들이 선호하는 테마주에는 섣불리 매수나 공매도에 나서기 어렵고, 그간 비워놨던 주식 비중은 채워야 하니 가급적 보수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며 "낙폭 과대 대형주 위주로 담으며 하락을 대비하고, 그나마 성장 섹터라고 할 수 있는 엔터주로 보험을 들어두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