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실적에 미래·대신證 일제히 목표가 하향
주가 하락, 원매자 인수부담 덜어줘 매각 긍정적
실적 하락세 HMM 체력 감당하기 어렵단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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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급감했다. 엔데믹으로 '코로나 특수' 기저효과가 사라진 데 따른 해운 운임률 하락이 실적 악화에 크게 작용했다. 악화한 실적이 HMM 매각에 미칠 영향을 두고선 시장의 반응이 엇갈린다.
HMM은 11일 올해 상반기 4조 2115억원의 매출과 46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8%, 92% 감소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6103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특수가 이끈 해운 호황이 끝나면서 운임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 실적 하락의 주요한 원인이다. 컨테이너 부문의 수송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유사한 수준이나, 운임률이 71.3% 감소했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들어 지난해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 중에서도 HMM의 주력 서비스 노선인 미주(서안) 노선이 2019년 상반기보다도 더 낮은 운임을 기록했다.
컨테이너 부문의 악화한 실적을 벌크 부문이 일부 만회했다. 벌크 부문은 유조선 시황 상승과 일당 수익력 개선에 따라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했다.
회사측은 전 세계적인 해운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는 설명이다. HMM측은 "상반기 순이익률은 14.5%로 글로벌 선사 가운데 톱 클래스 수준이며, 미주 노선의 경우 운임은 낮지만 실적은 큰 폭으로 개선되는 등 경쟁력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부채비율은 2023년 6월 말 기준 24%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 26%보다 소폭 개선됐다. HMM은 운영 효율 증대, 단위 운송비 등 비용 절감 방안을 더 정교화 해 글로벌 톱 티어 수준의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 시장 컨센서스(2670억원)를 하회한 영업이익을 두고 증권가는 HMM 주가에 대해 일제히 목표가 하향에 나섰다. 대신증권은 11일 HMM에 대해 하반기 신주 발행이 예정된 데다 3분기 업황 회복 가능성이 낮다며 목표주가를 2만2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내렸다. 미래에셋증권도 같은날 시황 반등이 없고 매각 변수가 존재한다며 목표주가를 2만원에서 1만8000원으로 하향했다.
다만 HMM의 실적이 매각에 미칠 영향을 두고서는 시장의 반응이 엇갈린다.
현재 산업은행은 오는 21일까지 HMM 매각을 위해 원매자로부터 예비입찰 서류를 접수받고 있다. 매각 대상은 1조원 규모의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됐을 경우의 2억주를 포함한 약 4억주다.
한 증권가 해운담당 연구원은 "사실 현재 HMM에 있어 중요한 건 당장의 실적보다는 누구에게, 어떠한 조건으로 매각될 것인가 여부"라며 "영구채 전환이 인수 후보자들에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실적 악화에 따른 어느 정도의 주가 하락은 매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가진 HMM 지분율은 40.65%이다. 오는 10월 만기가 도래하는 1조원 규모의 영구채도 주식으로 전환해 같이 팔 경우,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매각 규모만 약 6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매자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금액이기에 주가가 조금이라도 낮아진다면 인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반면 해운 업황 하락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니, 실적 하락세에 있는 HMM 매각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한 기업들이 HMM 매각에 선뜻 나서지 못할 것이란 뜻이다.
실제로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는 올해 컨테이너 수요가 최대 4%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컨테이너선 발주 러시에 따른 선복량 증가로 운임 '치킨게임'이 재발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운임료가 하락하고 해운사간 경쟁이 심화될 경우 이 시기를 버텨낼 수 있는 체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재까지 인수 의향을 밝힌 기업들이 HMM을 인수할 경우 회사의 체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