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매입 추정 사모펀드도 압수수색…수사 속도
격랑 속 카카오…당국 '보여주기식 수사' 의견도
수사 결과 시간 걸릴듯…한동안 투심 불안정 전망
-
금융당국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카카오그룹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법 리스크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카카오를 향한 투심도 흔들리는 분위기다. 연이은 압수수색으로 당국이 확실한 수사 의지를 보이며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향후 당국과 카카오 양측이 어떤 '카드'를 꺼낼 지 주목된다.
앞서 10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오후 판교에 위치한 김 센터장의 개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특사경은 김 센터장 등 카카오 경영진이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에 관여한 정황과 관련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 받아 압수수색을 벌였다.
특사경은 김 센터장 사무실 압수수색에 앞서 SM엔터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모펀드도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김범수 의장 외에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인 배재현 대표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배 대표는 SM엔터 지분 인수를 주도한 인물로 카카오 공동체의 자본 유치 및 투자 관련 업무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당국에서는 해당 거래가 1조원이 넘는 대규모 거래인만큼 김범수 의장의 관여가 없지 않았을 것이란 전제로 수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특사경은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자택까지 압수수색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4월에는 특사경이 판교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옥과 서울 종로구 소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하이브가 카카오엔터의 우군으로 지목한 헬리오스유한회사의 거래 내역을 분석해 카카오엔터 임직원과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알려졌다.
카카오를 향한 당국의 수사망이 좁혀지고 있는 분위기지만 절차상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사 시작 기준 최소 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어느 정도 단서를 확보한 것 같고 압수수색은 좀 더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금융감독원장이 특별 사건에 대해 자신 있게 얘기할 정도이기 때문에 단서가 되는 부분은 확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 수사에 대해 "실체 규명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가능한 높은 수준의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올해 2월 해당 사건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를 조사하던 금감원은 이후 이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패스트트랙으로 이첩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채희만)가 특사경의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담당 부서에서 이 사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카카오 측에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문사 등을 통해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지만 당국이 어떤 '패'를 가졌는지 아직 확인이 불가하니 선뜻 방어에 나서기는 이르다. 카카오측도 당국의 수사 방향에 따라 방어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압수수색 등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카카오 수사가 다가오는 국정감사 시즌을 고려한 정치권의 ‘보여주기’ 목적이 더해졌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의 수사 결과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와 김 센터장의 개입 여부 등이 확인되면 카카오는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증권에 대해 가격이나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변동하거나 고정시키는 행위를 금하고 있는데,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 및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혐의가 확인되면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는 불공정거래를 통해 얻는 차익을 반납해야 하고, 불공정거래로 확보한 SM엔터 주식에 대해서는 강제 처분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수사 대상인 지분이 2.9%에 그치기도 하고, SM엔터 인수 건 자체는 이미 거래가 완료된 거래라 수사 결과가 카카오의 대주주 지위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혐의가 확인돼 해당 거래를 지휘한 경영진들이 형사처벌을 받는 등 책임을 져야하게 되면 카카오엔터의 미국 상장 계획 등 굵직한 경영 계획들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는 한 카카오를 향한 투심도 갈피를 잡기 어려울 전망이다. 카카오가 기관투자자 등에 ‘방어 가능하다’란 입장을 내비치는 분위기지만, 당국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만큼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 카카오는 ‘빅테크’ 경쟁자인 네이버에 비해 부진한 기관 투심을 보이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진 뒤 카카오 주가가 다소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카카오뿐 아니라 해당 의혹과 관련된 주체들에 대한 수사 진행 여부도 주목된다. 공개매수 당시 SM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기타법인으로 알려진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운용자산(AUM) 규모와 투자 빈도에 비해 시장에 크게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2019년 설립 이후 PEF를 결성해 콘텐츠 기업 중심으로 투자를 해왔는데 주요 출자자가 고려아연이다. 고려아연은 사업적으로 크게 관련이 없는 사모펀드에 대규모 자금을 출자하면서 시장의 의문을 사기도 했다.
한 사모펀드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과 검찰이 나서서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는만큼 카카오뿐 아니라 해당 사건에 연관된 곳들 모두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라며 “지분 매입에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지목된 인물들의 친분이 시장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 당국의 수사가 어느 선까지 이뤄질 지 관심 있게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