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 9월부터 CFD 재개한다...'철수할 것' 예상과 정반대
입력 2023.08.17 07:00
    당국, 9월부터 CFD 규제 강화…'철수 회사 나올 것'
    SK증권 제외 全증권사, CFD 재개로…삼성은 '고심'
    책임 늘고 수익성 악화됐지만 고위 자산가 포기 못해
    중소형社, 외국계 증권사와 금리 차로 수익 얻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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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오는 9월부터 차익결제거래(CFD)의 관리감독 체계와 개인투자자 보호장치가 대폭 강화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조사를 통해 국내 증권사들의 금융 소비자 보호가 미흡했다고 판단,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비롯 각종 CFD 규제 후속조치를 다음달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후속조치를 계획한 당국 및 거래소에선 대형 증권사들의 CFD 사업 철수를 예견했지만, SK증권을 제외한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CFD 서비스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CFD 플랫폼을 정비하는 데 드는 비용을 아직 회수하지 못한 데다, 리테일(개인 투자자) 중 고위 자산가를 대상으로 IB(기업금융)와 연계한 다양한 구조화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다수의 국내 증권사들은 오는 9월 1일부터 CFD 서비스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교보증권ㆍ메리츠증권ㆍ신한투자증권ㆍNH투자증권 등은 9월 운영을 목표로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으며, 키움증권ㆍ하나증권ㆍ한국투자증권ㆍKB증권 등도 CFD 서비스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재개 시점은 정하지 않았지만, 4곳 전부 신규계좌 개설과 기존 계좌를 통한 신규 거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SK증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가 CFD 사업을 철수하지 않는 셈이다. 

      당초 금융 당국에선 브로커리지(주식매매) 수수료 비중이 적은 대형 증권사들의 CFD 사업 철수를 예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앞서 당국은 지난 5월 개인 전문투자자 지정 절차에 증권사의 대면 확인을 의무화하고, 개인 전문투자자의 자격 요건도 2년마다 재확인돼야 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행정지도 방식으로 운영했던 최소 증거금률 40% 규제를 상시화했으며, CFD 취급 규모를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시켰다. 증권사들은 신규 제도에 따라 자기자본 100% 이내로 CFD 규모를 관리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고위 관계자들이 모여 CFD의 기존 기준을 완전 배제하고 새 기준을 만들었다. 특히 호가 관여율(전체 주문 중 시세조종 주문 등이 차지하는 비율)을 낮게 설정한 것이 고무적"이라며 "대형사 입장에서 CFD는 '서학개미'를 위한 추가 서비스 정도였고,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부분 철수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거래소 임원도 "CFD의 본질적 문제였던 '깜깜이 거래'를 개선하기 위해 실제 투자자 유형(실명계좌)을 표기하도록 했다"며 "그만큼 구조가 복잡해졌기 때문에 서비스를 지속하려는 증권사들이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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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실제로 CFD 규제 후속조치가 발표됐던 지난 7월, 증권가에선 "사실상 CFD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며 반발의 목소리가 높았다. 증권사 입장에서 감당해야 하는 규제 책임은 늘어난 반면, CFD 허용 투자자는 줄어들면서 수익원도 감소한 까닭이다. 당시 증권사들 사이에선 SK증권 외에도 추가적으로 사업을 철수하는 회사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러나 당국 예상과는 달리, 중소형 증권사를 비롯해 대형 증권사들도 CFD 사업을 유지할 계획이다. 대형사 중에선 삼성증권만이 사업성 위축을 고려하며 서비스 재개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가 CFD를 통해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거래 금액의 0.1%대에 불과하다. 해당 수수료는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인건비 및 시스템 구축 비용도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다만 대형사들은 CFD의 부수적 효과에 집중하고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고위 자산가를 유치해 WM(자산관리) 또는 IB 구조화금융으로 연계시키는 것이 낫다고 보는 셈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고위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자사 구조화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라며 "기관투자가에서 제외된 '중견 출자자'들이야말로 증권사 입장에선 큰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사 관계자도 "향후 퇴직연금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리테일 고객들의 유출은 피하자는 게 회사의 기조"라고 덧붙였다.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선 작은 수수료라도 포기하기 어렵다. CFD 계좌의 매수 주문은 외국계 증권사(프라임 브로커)를 통해 시장에 호가가 제출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국내 증권사는 외국계 증권사에 '중장기 대출' 금리로 돈을 빌리는데, 고객에겐 '단기 대출' 형태로 금리를 제공한다. 장단기 금리 차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금리 시세 차로 얻은 이익은 SG증권에 매달 갚아줘야 할 이자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며 "중소형사 입장에선 자기자본 없이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업이다. 대형사에겐 큰 돈이 아니겠지만, 중소형사 입장에선 큰 사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