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적자 줄었지만…'본업' 할인점 뒷걸음
오프라인 비효율 확대,온라인 성장 전략 부족
실적 부진·모호한 전략·M&A 시너지 불투명
투자자들 "관심 없다"…'오너 리스크'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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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올해 2분기에도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상반기 쿠팡에 매출 기준 ‘유통사 1위’를 내준 이마트가 핵심 사업인 오프라인에서도 고전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마트가 온라인 ‘적자’를 줄이는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지만 불투명한 성장 모멘텀에 기대감이 크지 않다. 실적이 꺾이면서 그동안 정용진 부회장이 앞장선 이마트의 ‘광폭 투자’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더욱 냉정해진 분위기다.
지난 14일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5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7조2711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의 전망치를 크게 하회한 수치다. 이후 이마트 주가는 투심 악화가 나타나고 있다. 14일 이마트는 전날 대비 2100원 하락한 7만7700원으로 종가 마감했고, 16일엔 전 거래일 대비 4200원 하락한 7만3500원으로 마감했다. 이미 지난달 말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올해 들어 이마트 주가는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증권사 리서치에서는 연이어 목표 주가를 하향하고 있다. KB증권은 "할인점의 구조적 감익 흐름, 이커머스 총거래액(GMV) 성장의 한계, 스타벅스 수익성 악화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쌓여있다"며 "핵심 사업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있고,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어 보수적인 접근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은 “비용 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반기까지는 매출 부진에 따라 수익성 회복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무엇보다 ‘본업’에서 부진한 성적을 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별도 기준 이마트는 2분기 매출 3조9390억원, 영업 손실 25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0.5% 줄었고 영업손실은 67억원 늘었다. 지난해 9월 가양점 및 올해 4월 성수점 영업 종료와 점포 개편 투자, 전기료 등 비용 증가가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사업부별로 보면 할인점(이마트)은 영업손실이 지난해 2분기 369억원에서 올해 2분기 499억원으로 손실 폭이 확대했다.
주요 자회사들의 부진도 복병이다. 신세계건설, SCK컴퍼니(스타벅스코리아), 신세계프라퍼티, 이커머스(SSG닷컴, G마켓)의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SCK컴퍼니는 지난해 47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 364억원으로 줄었다. 신세계건설은 30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2분기 4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 34억원에 그쳤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온라인보다 본업인 할인마트가 뒷걸음 친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온라인은 (이마트가) 수익성 개선에 성공해도 시류를 따라가기 힘든 사업구조로 전환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연간 기준으로 '숫자'가 개선되는 것은 확인할 수 있겠지만 '그 다음' 성장을 보여줄 만한 것이 별로 없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마트가 잘하는 오프라인 특기를 살려 경쟁력을 키웠어야 했는데,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지난 몇 년간 오프라인 매장은 임대 점포만 늘리는 등 비효율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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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올해 경영 목표로 내건 '수익성 중심' 전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올초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온라인 사업의 영업적자를 50%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기준 SSG닷컴은 1112억원, 지마켓은 65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이커머스 부문 적자 폭은 줄고 있다. 영업손실은 SSG닷컴이 지난해 2분기 405억원에서 올해 2분기 183억원으로, G마켓은 182억원에서 113억원으로 각각 줄였다.
한 신평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정기평가 때 예상했던 것보다 2분기 실적이 더 나빠서 주의해서 살펴보고 있다”며 “대규모 투자로 차입금이 대폭 늘어났으니 수익성 개선이 급선무이고, 회사 측도 이커머스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외부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수익성 이후' 경쟁력을 확신하기 어렵게 됐다. 이마트가 이커머스 적자를 줄이기에 집중하는 동안 흑자 행진인 쿠팡은 국내 '유통 1위'를 노리고 있다. 절대 규모 기준 이마트는 2분기 연속 매출에서 쿠팡에 밀렸다. 지난 1분기 2036억원이었던 매출 격차는 4038억원으로 커졌다. 쿠팡은 올해 2분기 매출 58억3788만달러(약 7조6749억원), 영업이익은 1억4764만달러(약 194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시장에선 오히려 그동안 온라인 투자에 보수적이었던 현대백화점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온라인 시장이 급부상하면 실적 추이가 바뀔 수도 있지만, 온라인 출혈 경쟁에 참여하느니 차라리 ‘더현대’ 등 장점인 오프라인에 투자한 점이 성과를 보이고 있단 평이다.
이마트가 공격적으로 이어 온 M&A(인수합병)들이 좀처럼 사업 시너지를 증명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마트의 투자 전략에 긍정적인 시각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롯데 등 보수적인 경쟁자에 비해 이마트는 오너를 필두로 적극 투자를 이어가며 전통 유통사 중 '퍼스트 무버(선도자)' 역할이란 평이었다.
다만 생각보다 투자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알짜 자회사인 스타벅스가 2분기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실적 부진이 나타났는데, 인수 전과 원재료 구입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점을 고려하면 경영상의 비효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스무디킹코리아는 2015년 인수 이후 단 한번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오너의 '기호'가 강하게 반영된 일부 M&A가 재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시각은 더욱 강해졌다. 차입 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인수를 진행하면서 부채가 더 늘어나고, 이후 영업 실적이 악화하면서 금융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등 악순환이 나타날 수밖에 없단 것이다.
지난해 초 이마트는 자회사 신세계프라퍼티를 앞세워 미국 나파밸리의 고급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를 3000억원에 인수했는데, 2021년 말 '빅딜'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이미 재무 부담이 커진 상황과 동떨어진 투자였단 비판이 나온 바 있다. 2021년 초 야구단(SSG랜더스) ‘깜짝 인수’는 사실상 정용진 부회장의 개인적 관심이 결정적이었단 평가가 중론이다.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야구단은 올 상반기 258억원의 매출과 28억원의 순손익을 기록했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과거 정용진 부회장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면서 이를 우려한 이마트 임직원들이 외부에 '말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며 "당시 그룹 내 다른 계열인 신세계의 자금을 끌어올 생각도 하는 등 워낙 공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내부 사정도, 외부 시선도 곱지 않다보니 이마트의 투자 행보는 일시중지 상태다. 한때 ‘뭐든 보겠다’ 입장이던 이마트 M&A팀은 최근 외부 제안들을 대부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전해진다. 경영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마트가 '관심 없는 회사'로 전락한 분위기다. 일부 이마트의 소액주주들은 주가 정상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촉구하는 단체행동을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롯데처럼 유통업 본질은 잘 알지만 투자에 극도로 조심하면서 '트렌드와 멀어진' 상황이면 이해하는데, 이마트는 추구하는 바를 모르겠는 불분명한 회사가 됐다"며 "한때 현대백화점이 M&A에 너무 보수적이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최근에는 시각이 달라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이마트가 주인 있는 회사의 장점인 빠른 의사 결정과 추진력을 보여준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오너의 의지로 투자한 것들이 시너지가 제대로 나지 않으면서 자본시장에선 정용진 부회장의 사업 감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졌다. 오너의 대외 평판 노출도 심해 이마트는 '오너 리스크'가 있는 회사가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