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지원에 동원된 수출입銀, 회수에 '경고음'
"대한항공에든 제3자든, 아시아나항공 매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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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아시아나항공에 조(兆)단위 여신을 제공한 수출입은행의 입장이 다소 난처해졌다. 우려한 대로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되고 새 인수자를 근시일 내 찾지 못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이 악화하며 여신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2019년 수출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이 '감사의견 한정 사태'를 지나며 맞이한 유동성 위기를 막는 데 힘을 보탰다. 아시아나항공을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분류해 지원한도를 늘렸고 산업은행이 확정한 1조6000억원 지원방안에 동참, 5000억원 규모를 지원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전 영업 안정성을 확보해주기 위한 차원이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포함된 타 시중은행들은 동참하지 않았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당시를 '다른 은행들은 발을 빼는 가운데 국책은행이 정부에 붙들려 가다시피 했다'라고 회상했다.
1년 뒤인 2020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 자금을 추가 투입했다. 당시 인수 의사를 밝혔던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합병(M&A)이 지연되는 동안 재무건전성 유지에 필요한 돈을 대주기 위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여신 규모는 1조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런데 대한항공과의 결합 과정이 순탄치 않다. 대한항공은 한국을 포함한 14개 국가에 인수 관련 기업결합 허가를 신청했다. 미국 법무부(DOJ)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 등 해외 경쟁당국의 강경한 태도에 합병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운수권·슬롯 반납 등 경쟁 제한성 해소를 위한 조치 요구에 이어 최근엔 아시아나항공 사업부 중 매출 비중이 높은 화물사업에 대한 독과점 우려 해소 요구도 이어지는 중이다.
합병 무산 시 가동될 플랜B도 언급되는 중이다. 기안자인 산업은행이 매각 불발 시 불거질 책임론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나서 "기업결합이 무산되는 경우에 대한 플랜B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플랜B 현실화 여부에 주목 중이다. 일각에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구성한 우기홍 사장 직속 '기업결합TF(태스크포스)'도 업무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내부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에 대한 실무진과 경영자의 의견이 상이했다"라며 "재무 담당자들은 인수 시 통합 비용이나 아시아나항공이 연루된 소송 비용 등 필요한 자금이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경영진 쪽에서는 인수를 끝까지 마무리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매각 성사를 염두에 두고 산업은행과 함께 대출금을 제공했던 수출입은행은 여신 회수를 걱정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단 두 기업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투입된 공적자금의 회수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새로운 원매자를 찾기 전까지 지속될 재무부담 때문이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치솟고 있다. 지난 1분기말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1671.2%로 전분기 대비 200%포인트가량 증가했다. 통상 항공사는 항공기를 리스해 영업하는 만큼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엔 없지만 대한항공(207.1%)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일각에선 합병 무산시 아시아나항공으로 하여금 채무를 일시 상환할 것을 요청하는 안도 제기되지만, 이 경우 국책은행으로서의 '도의적 책임'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앞서 수출입은행은 공적 자금 투입 차원에서 매입했던 대한항공의 영구채(CB)를 전환행사 할 지 여부에 대해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우선순위에 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선 아시아나항공이 1조원가량을 현금성자산으로 보유하곤 있지만 해당 보유고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선 대한항공이든 제3자 기업이든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돼야만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