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강' 다시 잡는 금감원…사고뭉치 새마을금고는 '방치'
입력 2023.08.23 07:00
    금융당국, 은행들에 내부통제 강화 주문하지만
    정작 금융시장 '뇌관' 새마을금고는 사실상 방치 수준
    새마을금고 관리 체계 강화가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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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잇따른 사건 사고에 은행들 기강 잡기에 나섰다.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면서 사고 발생시 은행장에게 직접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했다. CEO 문책 법제화도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은행보다 더 큰 ‘사고뭉치’인 새마을금고는 사실상 방치 수준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행정안전부에서 금융위원회로 감독권을 넘기는 논의도 사그라들고 있다. 금융권에선 여전히 닥쳐올 금융불안의 뇌관으로 새마을금고를 꼽고 있다.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이 은행만 기강을 잡지 말고 새마을금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금감원은 은행연합회와 17개 은행장과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최근 잇따른 횡령 사건에 은행장이 직접 주관해 종합 점검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은행장은 이달 말까지 내부통제 혁신방안 이행사항, 최근 사고 관련 유사사례 점검,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점검을 해야 한다. 은행장은 점검 결과에 대해 확인서명도 제출한다. 

      금감원이 은행 내부통제에 팔을 겉어붙인 이유는 최근 대구은행, 경남은행, 국민은행에서 잇따라 횡령과 비리 사고가 터지면서다.  

      은행들은 내부통제 강화에 공감하면서도 CEO에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선 말이 나온다. 금융권에선 은행들이 내부통제 기준 강화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기관 중 가장 건전하게 관리되는 게 은행인데 은행을 ‘마냥사냥’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와 반대로 상반기 금융시장 혼란의 뇌관으로 지목된 새마을금고는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상반기 새마을금고 부실화가 현실화하면서 정부에선 부랴부랴 새마을금고 유동성 공급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정부에서 나서서 전액 예금자 보호를 외치고 나섰다. 그만큼 새마을금고 부실화의 문제가 심각하다. 새마을금고 중 2분기 연체율이 10%를 넘는 고위험 금고가 31곳이나 나왔으며, 하반기에 연체율이 올라갈 가능성도 크다. 

      새마을금고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시스템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전망이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284조1702억원, 조합원 수는 866만2494명에 점포수 1294곳에 달하는 사실상 은행에 해당하는 금융기관이다. 자산규모로는 388조원 농협은행의 뒤를 쫓고 있다. 올해 말이면 자산규모 300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은행과는 받는 대접이 다르다. 은행들은 사모펀드 사태로 은행장 나아가 지주 회장까지 제재를 받았다. 이후에도 내부통제 기준 마련 등 후속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법적으로 금감원은 은행에 관해선 무제한적인 조사가 가능한 법적 권한마저 갖고 있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가 관리 감독 권한을 가지면서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행안부에는 새마을금고 관리 인력이 1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새마을금고 ‘뱅크런’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에 한국은행까지 나선 것은 행안부 관리 감독 만으로 새마을금고 관리가 어려운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해당 문제도 행정안전부가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기준 전체 자산의 30% 정도를 부동산을 포함한 대체투자로 운용하는데 이런 자산 배분의 원인으로 행안부가 지목된다. 

      2020년 행정안전부는 새마을금고 운용 수익률을 올리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맞추기 위해서 새마을금고는 대체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새마을금고의 주요 인사들의 범죄 혐의가 드러나 재판마저 진행중이다. 2021년 1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새마을금고 대주단이 증권사 등 대출 중개기관에서 받은 부동산 PF 대출 수수료 39억6000만원을 가족 명의로 세운 컨설팅 대금 명목으로 빼돌린 혐의로 직원이 재판을 받고 있으며, 사모펀드 출자 등과 관련해서 담당 직원 및 나아가 박차훈 새마을금고 회장마저 수사를 받고 있다.

      계속된 지적에 새마을금고는 지난 10일 경영 혁신과 건전성 관리를 위해 경영혁신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설치, 18일 1차 위원회를 개최했다. 이사회 산하 자문기구인 위원회에는 위원장을 맡은 김성렬 전 행정자치부 차관을 포함해 행안부, 금융위, 금감원, 한국은행 등이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됐으며 향후 3개월 동안 활동하게 된다. 

      결국 주도권은 행안부가 가져가는 모양새로, 직접 책임이 없는 당사자인 금융당국 및 한국은행 등은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감사위원회 제도 개선도 절실하다는 평가다. 감사위원회의 경우 위원장 1명을 비롯, 총 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있는데 3명이 새마을금고 출신이라 제대로된 감사가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법과 시행령은 내부 출신을 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에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이 발의한 새마을금고의 관리감독 권한을 행안부에서 금융위로 옮기는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행안부는 감독권을 넘기고 싶지 않고, 금융위도 새마을금고를 관리 감독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를 두고 이복현 금감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이 정작 문제가 심각한 새마을금고는 내버려 두고 건전성이 가장 우수하고, 말 잘듣는 은행만 문제 삼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가장 큰 뇌관은 새마을금고다”라며 “은행들의 일탈도 문제이긴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금융시스템과 관련한 부분이라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