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배 급증한 대출채권 상각·매각 규모 감안 시 상승세 '우려'
정확한 연체율 정보 공개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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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국내 은행 연체율 상승세가 누그러졌다고 진단했지만 연체채권 처분(상각·매각) 규모를 늘린 탓에 나타난 착시효과란 지적이 나온다. 처분 규모를 큰 폭으로 늘리지 않았더라면 1분기에 이어 2분기 연체율이 크게 늘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연체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2분기 연체율은 0.35%로 1분기(0.33%) 대비 소폭 상승했다. 올 1분기에는 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연체율(0.25%)에서 8bp(1bp=0.01%) 뛰었는데 증가폭이 축소된 것이다.
이는 국내 은행이 연체채권을 대폭 처분한 효과다. 국내 은행의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지난해 3분기(2조8000억원)부터 4분기(3조3000억원), 올해 1분기(3조8000억원)까지 매 분기 일정한 수준으로 확대해왔는데 2분기(5조3000억원) 들어 그 증가폭을 세 배(1조5000억원)로 키웠다.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한정해서 봐도 그 상승폭을 가늠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5대 시중은행 부실채권(NPL) 상각·매각 규모는 2조2130억원으로 전년 동기(9907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반기 중 이뤄진 상각·매각이 지난해 연간 규모(2조2713억원)와 맞먹는다.
통상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채권으로 분류한 다음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 장부상 자산에서 지우는 '상각' 처리를 하거나 자산유동화회사 등에 '매각'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부실채권을 처분하게 되면 해당 채권은 재무상태표 상 자산에서 사라지게 된다. 손익계산서에는 부실채권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과 매각금액을 더한 액수에서 채권금액을 제해 기타영업이익·손실 등으로 반영하게 된다.
은행이 상각·매각을 통해 부실채권 자산을 없애면 연체율을 비롯 NPL 비율을 낮출 수 있지만 헐값에 팔아 일부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특히 상각의 경우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건전성 지표 유지를 위해 택하는 선택지다.
현재는 우리은행을 제외한 5대 시중은행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상승하는 등 견조한 이익체력을 유지하고 있어 상각·매각에 따른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만일 부실채권 급증으로 처분해야 하는 자산이 크게 늘어나 떠안는 손실이 커지면 수익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은행권에선 현 시점에서 명목상 보이는 연체율 지표는 연체채권 처분 규모 급증에 따른 착시일 뿐 이를 제외한 실질연체율 상승세는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체채권을 처분하기 전 연체율 지표를 함께 공개해 시장에 정확한 상황을 알릴 필요성도 제기된다.
또한 금융당국은 2분기 연체율이 전분기 대비 2bp 상승하는데 그쳤다며 1분기에 8bp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상승폭이 안정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지만, 2분기 국내 은행 연체채권 정리 규모가 전분기 대비 39% 넘게 증가했는데도 불구 연체율이 커진 것만 봐도 연체액 상승세가 가볍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처음 맞는 분기였던 지난 2020년 3월에도 국내 은행 연체율이 0.39%였다. 현재 2분기 지표(0.35%)는 코로나로 유동성이 풀렸을 시절 급격하게 낮아졌던 연체율 지표가 다시 코로나 직전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라며 "지난 2019년과 2020년 분기에도 이보다 더 큰 규모로 상각·매각이 이뤄진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고금리 상황이 유지되고 있어 금리가 안정화될 때까지 취약 차주들이 버티기 어려울 것임을 감안하면 연체율 지표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현재 은행들 이익이 손실을 보면서도 상각·매각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만큼 향후에도 연체채권 처분을 유도하며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