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에 격차 더 벌려…'유통 1위' 탈환 본격 시작
"쿠팡,경쟁 상대 아니다"던 롯데는 순위권 멀어져
'조용한 강자' 평가인 현대백화점…"출혈경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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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유통 대전’은 쿠팡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쿠팡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이마트의 매출을 넘어서며 ‘유통 1위’ 자리를 본격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이마트(신세계)와 쿠팡의 1위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한때 쿠팡을 두고 “경쟁자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던 롯데는 사실상 1위 경쟁에서 밀려났다. 수익성 개선 등 유통업 본질은 회복 중이란 평이지만 ‘성장성’ 기대감이 낮다는 관측이다. 오히려 증권가에서는 온라인 출혈 경쟁에 참전하지 않고 강점인 오프라인에 집중한 현대백화점을 ‘톱픽(최선호주)’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번 2분기 쿠팡은 연결 기준 매출 7조6749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에 이어 이마트의 실적을 또 뛰어넘었다. 2분기 이마트는 7조271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보다 매출 격차도 커졌다. 1분기 쿠팡의 매출은 이마트보다 2036억원 높았지만 2분기에는 3519억원으로 격차가 커졌다.
2분기 쿠팡은 처음으로 이마트와 신세계를 합친 그룹 유통 부문 매출도 뛰어넘었다. 지난 1분기까지는 신세계그룹 내 유통 부문 매출이 쿠팡에 비해 약 100억원 많았다. 2분기에는 쿠팡이 3141억원 더 많다. 이마트와 신세계의 비유통 자회사 5곳의 매출을 제외한 유통사업 부문(할인점·트레이더스·전문점·SSG닷컴·G마켓·이마트24·에브리데이·백화점·신세계라이브쇼핑) 매출만 합하면 7조3608억원이 집계됐다. 비유통 자회사까지 합하면 2분기 신세계그룹은 총 10조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에서도 쿠팡이 크게 앞섰다. 쿠팡은 올 2분기 19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롯데쇼핑이 514억원, 이마트·신세계 유통사업 부문이 492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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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와 라이벌 관계였던 ‘유통공룡’ 롯데쇼핑은 사실상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평이다.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은 515억원으로 전년보다 30.8% 줄었다. 매출은 3조6222억원으로 전년 대비 7.2% 감소했다. ‘캐시카우’였던 백화점에서 부진이 나타났지만 마트와 슈퍼 등의 수익성 개선이 실적을 방어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유통시장이 ‘이마트-롯데-쿠팡’에서 ‘쿠팡-이마트-롯데’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이다. 쿠팡이 신세계 그룹을 제치고 ‘유통 1위’를 목표로 삼았다고 전해지면서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유통 시장 구분의 의미가 더욱 흐려질 것이란 전망이다.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투심에서도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쿠팡의 경우 상장 직후 70달러 선에 근접했던 것을 고려하면 갈 길은 멀지만, 2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 장중 9%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쿠팡의 주가는 올해 들어 전반적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한번 꺾였던 적이 있지만 이후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18달러 선까지 올라왔다.
연속 흑자는 국내에서의 입지를 증명한 셈인데, 그만큼 성숙 단계에 접어든 쿠팡이 어떤 확장 전략으로 성장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주가에 결정적일 전망이다. 쿠팡은 올해 대만 사업과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 성장사업에 4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쿠팡은 대만에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2021년 일본 시장에도 진출한 바 있지만 2년만에 철수했다.
이마트는 올해 들어 주가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마트는 이달 들어서만 6%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최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에서 편출된 데 이어 2분기 실적마저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주가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8개의 주요 증권사들이 이마트의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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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이마트가 보여온 투자 성과에 대한 불안감도 투심에 반영되고 있다. 그룹 사상 최대 M&A(인수합병)였던 이베이코리아 인수도 매출이나 이익 기여도가 미미하고 실적 및 투자 부담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와이너리, 야구단 등 ‘오너 기호’가 반영됐던 투자 건들이 시너지를 보이지 못하고 있고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 등 알짜 자회사들도 비용 부담이 발생하면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이커머스 손실 폭을 줄이고는 있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쿠팡이 만년적자를 기록하고 있던 당시, 신동빈 회장은 롯데온 출범을 앞두고 일본 언론사 인터뷰에서 “연 1조원의 적자를 내는 기업은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는 이커머스에서 롯데와 쿠팡의 격차는 너무 크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수익성 개선이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시장에서 롯데의 ‘성장성’에 거는 기대감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21일 기준 롯데쇼핑은 시가총액이 2조원 이하로 떨어졌다.
오히려 최근 시장에서는 ‘조용했던’ 현대백화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타나고 있다. 2분기 기대 이하 성적을 보이긴 했지만 증권가에선 현대백화점을 유통업종 중 ‘톱픽’으로 뽑고 있다. 백화점 내 외국인 매출과 면세점 효과로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백화점이 온라인 투자에 소극적인 전략을 펼쳐오면서 투자 부담이 쌓이지 않았고 출혈 경쟁에도 멀다는 점에서 고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성장 모멘텀이 보이지 않다보니 현재 시장에서 국내 유통주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다”며 “이커머스는 쿠팡의 독과점이라고 해야 할만큼 다른 회사들은 따라가기 힘들어졌고, 전략도 확실한 방향을 보여주는 곳이 없다. 이마트는 이베이 부진도 계속돼 투자 부담이 불가피하고 롯데는 온라인에선 격차가 이미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