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앞두고 주가는 꿈틀…시장 '기대감' 반영?
"실적 반영은 지켜봐야…클라우드 시너지 기대"
2년차 최고경영진 '시험대'…'성장주' 증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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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AI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공개를 앞두고 시장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네이버는 구글 ‘팜2’와 마이크로소프트(MS) GPT4 등 해외 빅테크들이 선점한 초거대 인공지능(AI) 시장에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밀게 된다. 본격 AI시대 개막을 ‘제 4의 전환기’로 명명하며 자신감을 내비치는 가운데 ‘성장주’로의 매력이 옅어졌던 네이버가 다시 성장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24일 ‘단(Dan)23’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하이퍼클로바X를 정식 공개한다. 이날 네이버는 AI 사업 전반에 걸친 로드맵과 비즈니스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하이퍼클로바X 정식 공개를 앞두고 최근들어 네이버의 주가는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이 AI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시장을 리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평이다. 여기에 양호한 2분기 실적과 ‘2차전지 대체재’ 수혜 등의 요인이 더해지기도 했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부터 자체 보유한 슈퍼컴퓨터와 내부 데이터를 활용해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해왔다. 국내 기업 중 내부 슈퍼 컴퓨터를 활용해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 곳은 네이버가 최초다.
네이버는 AI사업 공개를 앞두고 총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21일 최수연 대표는 ‘AI 시대 속 네이버의 경쟁력’ 제목의 주주서한을 통해 네이버의 AI 사업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 대표가 대표이사에 오른 이래 두 번째 주주서한이다. 최 대표는 ‘제 4의 전환기’로 명명한 생성형 AI 시대에서도 네이버가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앞서 5월에는 애널리스트 밋업(meet up)을 열어 AI사업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시장에도 적극적인 홍보를 이어왔다.
김남선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연초부터 국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등에서 AI사업의 방향과 예산 등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하이퍼클로바X를 비롯, 2017년부터 기초 연구에서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연동에 이르기까지 AI에 쏟아 부은 누적 투자 규모만 1조원이 넘는다.
네이버가 전사적으로 AI사업에 사활을 거는 것은 ‘성장주’ 면모를 다시 입증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주가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거의 반토막이 난 상태다. 네이버가 ‘성장주’로서의 동력이 많이 흐려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이퍼클로바X 공개는 ‘AI 시대’에서도 네이버가 대표 IT플랫폼 기업으로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가늠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이미 AI 수혜로 플랫폼 기업들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국내에는 아직 유사한 모델이 나오지 않아서 뒤쳐진 감이 있다"며 "네이버의 움직임에 기대감이 있지만 AI 사업이 네이버의 실적에 반영이 되려면 내년 이후가 되어야 할 것이고 현재 단계에서 실체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만한 곳은 광고나 커머스보다는 클라우드 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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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계기로 최고경영진의 경영능력도 재평가가 될 전망이다. 최수연 대표와 김남선 CFO는 작년 3월 임기를 시작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M&A통'인 최 대표와 김 CFO는 네이버에 합류한 이후 CJ그룹과 신세계그룹 등 대기업과의 대규모 주식교환, 왓패드와 포쉬마크 등 글로벌 기업 M&A 등 굵직한 투자 건을 이끌었다.
네이버의 ‘사업협력’ 목적 대규모 주식교환의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2020년 10월 네이버는 CJ그룹과의 사업 협력 강화 목적의 약 6000억원 규모(CJ대한통운 3000억원,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 각각 1500억원) 주식교환에 나섰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지분 가치는 지난해 말(4440억원) 대비 1379억원 줄어든 3061억원(CJ대한통운 1368억원, CJ ENM 687억원, 스튜디오드래곤 1006억원)이다.
2021년 3월 진행한 신세계그룹과의 2500억원 규모 지분 상호교환도 상황이 비슷하다. 올해 6월 말 기준 이마트(최초 취득금액 1500억원)는 633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최초 취득금액 1000억원)은 416억원으로 지분 가치가 떨어졌다.
투자 건들의 성과는 중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니, AI 사업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이냐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AI는 아직 수익 모델이 뚜렷하진 않고 투자비가 많이 드는 사업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우려가 없지는 않다. 다만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네이버가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재무 상황에 대한 우려는 다소 줄어든 분위기다.
일각에선 네이버의 AI 사업에 대한 기대감보다 '핵심 사업' 약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인공지능이 글로벌 대세고 미래사업이긴 하지만,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본업’ 챙기기가 급해졌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커머스 등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서치플랫폼 부문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실제 내부에선 검색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도출해내기 위해 전사적으로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서치 엔진을 사용하는 영역이 모바일, PC 등 다양해지면서 정확한 ‘검색 점유율’ 통계가 어렵다보니 수치 자체의 중요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실적이 많이 좋아지면서 최수연 대표와 김남선 CFO 등 신임 경영진에 대한 시선은 많이 부드러워진 상태다”라며 “신사업, 주가나 실적 등에서도 전반적으로 카카오보다는 네이버가 앞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