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REC실리콘 등 출자법인 실적 관리 필요
이어지는 투자기조…신평업계 "이젠 관리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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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한화그룹은 두 중심축인 방산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M&A)을 추진, 몸집을 불려왔다. 명확한 방향 설정을 토대로 투자를 이어온 까닭에 한화그룹의 투자 행보에 대해 대체로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조(兆) 단위 자금을 들여 한화오션(전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인수한 이후에도 여전히 내비치는 '확장 기조'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2분기,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은 매출이 증가하는 쾌거를 거뒀다. 두 기업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 4.1%가량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월 합병한 한화방산의 실적이 반영되면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북미 시장 CCTV 판매 증가 덕에 자회사인 한화비전(전 한화테크윈)의 실적 또한 상승세다.
다만 한화솔루션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0% 가까이 감소했다. 케미칼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꺾였다. 가성소다, 폴리에틸렌(PE) 등 주요제품의 수익성이 악화한 영향이 컸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발전사업'에 초점을 맞추며 수익성이 개선되는 모양새다. 실제로 2분기 발전자산 매각 이익이 반영되며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두 기업 모두 투자한 기업의 손실을 감내하는 중이다.
먼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쎄트렉아이와 한화페이저는 각각 28억원, 259억원 수준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5월부터 자회사로 편입된 한화오션은 지난 상반기 159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냈다. 프로젝트 건조원가 증가와 인사제도 개편 등에 따른 비용 증가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한화오션의 수주와 실적 개선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솔루션이 미국 태양광 밸류체인 확보를 위해 인수했던 REC실리콘 또한 손실 폭이 커졌다. 2021년 367억원 수준이던 순손실 규모는 지난해 1121억원으로 3배 이상 확대됐다. 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HSIH NHH INV LCC를 통해 미국 유명 와이너리 '세븐 스톤즈 와이너리'를 인수(약 445억원)했던 한화솔루션 인사이트 홀딩스의 손익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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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본시장 경색이 심화하면서 기업가치 하락에 대한 부담이 커진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간 확장에 주력해온 한화그룹이 '내실 다지기'에 돌입해야 한다는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일찍이 신용평가업계로부터 투자 관련 재무부담 지적을 받아오긴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우려의 수준이 커지는 모양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지난 1년간 큰 폭의 그룹 확장을 전개한 한화그룹이 향후 추가 확장을 하게 된다면 재무적인 부담이 분명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인수하거나 투자한 기업들을 관리하고, 확장한 설비를 제대로 돌려 성과를 내는 것에 주력해야할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의 현 상황을 롯데그룹을 들어 비유하기도 한다. 롯데그룹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졌던 롯데케미칼이 그룹사의 재무부담을 뛰어넘는 규모의 자금을 들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전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한 이래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줄하향이 현실화했다. 물론 지금으로선 한화그룹의 재무부담이 신용도에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지만 '몸집 불리기' 작업보단 투자기업 관리에 집중해야 할 때란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차원에서 더 이상 확장할 생각도 없고 시장에서도 한화그룹이 추가로 인수할 것이라곤 생각을 못하고 있다"라며 "롯데그룹처럼 몸집만 불리고 관리를 못하는 일을 만들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여전히 투자 행보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특히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행보가 심상찮다. 최근에는 ㈜한화가 협동로봇과 무인 운반차(AGV) 사업을 분리해 신설법인을 설립한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화 산하에 직속 M&A 조직을 확장하기 위해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 내부적으로는 단순 인력 추가 채용으로 인식 중이지만 IB업계에서는 투자 확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출자해 설립한 미국 투자법인 한화퓨처프루프 또한 투자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컨퍼런스콜(이하 컨콜)에서 미국 LNG 밸류체인 투자를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실제로 미국에서 관련 투자를 위한 펀드레이징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한화그룹은 향후 미국 투자 프로젝트를 위해 지속적으로 론(Loan) 방식의 펀딩을 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한국과 미국에서 투자 매물을 물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화오션 인수 이후 김동관 부회장이 추가 M&A 검토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IB업계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형 M&A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라며 "다만 인수하더라도 재무부담을 뛰어넘을 수준의 현금창출력을 보유한 사업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