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리도 영향받으며 8월 증시 침체 지속
미국 경기 하강 신호에 금리 하락ㆍ증시 상승
당분간 중립금리 논의ㆍ글로벌 지표 따라 증시 부침
-
미국 장기채 금리가 급등락하며 국내 금리에 영향을 주고, 금리 영향에 휘말려 증시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도 미국 경제가 성장세를 멈추지 않으며, 과열도 침체도 유발하지 않는 적정 금리인 '중립금리'(r*; 알스타) 논쟁에 불이 붙은 까닭이다.
코로나19 이전 적정 중립금리는 2.5%로 여겨져왔다. 기준금리 5% 시대에도 미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자. 중립금리가 높아진 게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했다. 이 경우 미국은 향후 금리하락기에도 기준금리를 급히, 많이 낮출 필요가 없어진다. 이런 전망은 최근 미국 국채 금리에 영향을 줬고, 그 영향으로 미국 증시는 물론, 국내 증시도 약세를 보여왔다.
지난 21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4.35%까지 급등했다. 6월 이후 3.7~3.8% 사이에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다, 8월 들어 상승세를 보이더니 2007년 이후 1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 역시 같은 날 4.4%를 넘어서며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지표가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다, 애틀란타 연방은행이 집계한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5.03%로 이전의 4.09% 대비 크게 상향 조정되는 등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다.
이는 8월 들어 미국 증시가 주춤하는 원인이 됐다. 단기 국채는 물론, 장기 국채 금리까지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 역사적 평균 배당수익률(4.3%)보다 높아지며 주식 투자 매력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국내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지난 22일 장중 4%에 근접하기도 했다. 이는 원화 약세와 더불어 코스피 지수가 2500선 안팎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배경이 됐다.
앞서 지난 6월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5%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견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꾸준한 경제 팽창세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어 높은 채권 금리의 시대가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는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높아졌다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JP모건의 의견과 맥을 같이 한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작년 잭슨홀 심포지움에 패널로 참석한 경제학자인 제이슨 퍼먼이 최근 인플레이션 목표를 2%에서 3%로 상향할 것을 주장했다"며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높아졌을 수 있다는 논의가 커질수록, 시장은 더 높은 중립금리 전망을 반영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23일을 기점으로 급등했던 금리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이날 발표된 미국 8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47.0으로 전망을 하회하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데다, 그간 미국 경제를 견인해 온 서비스업 PMI 역시 51.0으로 전망을 하회하며 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까닭이다.
높은 기준금리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미국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되며 미국은 물론, 한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달러화도 약세를 보였다. 원달러환율이 고점 대비 1% 이상 하락하며, 24일 오전 국내 증시에 오랜만에 대규모 외국인 자금이 들어왔다.
아직 중립금리에 대한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앞으로는 이전대비 조금 높은 수준에서 안정화될 거란 전망이 많다. 국내 시간으로 25일 밤 진행되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에 연준이 추정하는 중립금리에 대한 전망이 담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생산성 및 정부 부채가 단기 r* 급등에 영향을 줬지만, 이후 인구 구조ㆍ자본 유출입 등 다른 원인이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0%대 저금리로의 회귀는 어렵겠지만 단기 상승 재료 소화 후 금리는 안정화 시도를 전망한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 역시 미국 중립금리에 대한 논의는 물론, 글로벌 경기 지표에 따라 상당기간 부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중금리 역시 한 달여만에 하락세에 접어들며 증시가 숨통이 트인 모양새지만, 내년 순이익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등 상승 동력을 만들어낼 호재가 없다는 것이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당분간 성장으로 증시를 주도할만한 업종이 없다는 점도 변수다. 하이투자증권은 "증시가 정체된 가운데 수출ㆍ소비ㆍ기술ㆍ정책 모든 차원에서 그리 바뀌는 것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올해 주도 업종은 연초 중국관련주에서 로봇 및 AI, 이차전지와 자동차, 반도체를 거쳐 산업재까지 이어졌지만 이제는 당분간 주도 업종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