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도 참여 구상…현대차그룹은 배당 수익 대신 REC
현대차, EUㆍ美 등 수출 위협되는 탄소 규제 고민 깊어
현대차 "다양한 방법 검토 중, 현 시점에서 결정된 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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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스페인 등 유럽 지역에서 진행되는 태양광 발전 사업에 지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 협력업체들과 함께 펀드를 조성해 태양광 발전 사업권 지분을 확보하고,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탄소 배출 관련 규제에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24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제조 협력업체들과 함께 약 5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펀드 '노아에너지인프라펀드'(가칭)를 조성하고, 스페인, 텍사스 등 유럽ㆍ미국 지역의 태양광 발전 사업에 에쿼티로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협력사 20여곳이 3000억원을 마련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및 중소기업벤처부 등 정부 기관이 정책자금 2000여억원을 투입하는 구조다.
현대차와 협력사들은 펀드를 통해 수익 배당 대신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나 탄소배출권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 대신 현물로 배당을 받겠다는 것이다.
REC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를 공급한 사실을 증명하는 인증서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에서 시세에 따라 거래된다. 다만 정책자금에 참여한 금융기관 및 LP들은 현금 배당으로 수익화를 꾀할 예정이다.
펀드의 딜 소싱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배당 대신 REC를 받는 펀드는 이번이 국내 최초 사례가 될 예정이다. 해외에선 이미 활성화된 투자 방식이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선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서 확보한 탄소배출권을 시장에 판매한 후 추가 수익을 현금으로 배분하는 '탄소펀드'만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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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직간접적인 태양광 발전 사업 투자를 통해 유럽·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탄소 규제를 상쇄한다는 방침이다. 전 산업계에서 자동차 업계가 환경 규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만큼,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지분을 확보해 현재의 수출 호황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46.6% 급증한 357억달러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종전 최고 수준이던 2014년 상반기(252억달러)를 100억 달러 이상 웃도는 규모다. 현대차로서는 수출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올해 2월 의회 의결을 통해 승용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오는 2030년까지 2021년 대비 55% 감축하고, 2035년까지 100%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업 지속 가능성 실사법'을 발표, 대기업은 물론 EU 기업에 수출하는 중견·중소기업까지 ESG 준수 사항을 인증하고 보고한다는 규정을 포함했다. 2년의 유예 기간이 지나면 현대차뿐 아니라 현대차의 협력업체들도 탄소 규제 관련 공급망 실사 의무화 대상으로 선정된다.
특히 독일을 비롯한 유럽 시장의 완성차 업체들은 전 주기에 걸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업장) 가입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유럽 전체가 이를 의무화할 경우, 현대차로선 커다란 무역장벽에 맞닥뜨리게 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올해 4월 2027년부터 2032년까지 신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비메탄계 유기가스(NMOG)와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 등 배출 허용량을 연 평균 13%씩 감축시키는 내용의 배기가스 규제안 초안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오는 2040년까지 차량 운행과 사업장(공장), 공급망(협력사)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2019년 수준 대비 75% 줄이고,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도입해 2045년까지 완전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내세웠다.
그러나 현대차가 지난해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Scope1+Scope2)은 238만8847tCO2eq(이산화탄소 환산 톤)으로, 지난해(238만4017tCO2eq) 대비 오히려 증가하면서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직접적 생산 외에 운전자들이 사용하는 연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Scope 3)까지 포함하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 12개 계열사의 지난 2021년 기준 탄소 배출량은 3709만톤으로, 2019년(3174만톤)과 비교하면 배출량이 537만톤 증가했다. 계열사인 현대제철의 배출량이 2년 새 624만톤 증가한 영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조달을 위해 사업장 소재 국가별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해당 펀드 투자에 대해 현 시점에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