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AI모델 발표한 네이버,'엔비디아 덕'상승
서비스 실망감에 주가 주춤…"시너지 지켜봐야"
증권가 2차전지 이후 '차기 주도주' 찾기 분주
AI·헬스케어 주목…카카오 AI 후발주자 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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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인공지능(AI) 하드웨어 부문의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국내외 AI 관련주들의 주가도 들썩였다. 자사의 생성형 AI(인공지능)모델인 ‘하이퍼클로버X’를 공개한 네이버도 ‘엔비디아 효과’에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 논란과 증시 혼조세 영향으로 상승분을 바로 토해냈지만, 이번을 계기로 2차전지를 대체할 테마로 ‘AI’가 확실히 떠올랐단 평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2차전지 이후 '주도주' 찾기에 분주한 가운데 어떤 회사가 이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이퍼클로버X 발표 다음날인 25일 네이버 주가는 7%대 하락세를 보였다. 24일엔 주가가 6% 이상 오르며 상승세를 보인 것과 대조된다. 24일 네이버의 주가 상승의 배경에는 네이버의 AI 발표 자체보다는 ‘AI 주도주’ 엔비디아의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25일 네이버의 주가가 다시 하락한 데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연설 전 경계감으로 증시가 하락한 영향도 있고, 하이퍼클로버X의 기능에 대한 실망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이퍼클로바X는 트래픽 과부화로 인해 성능이 급격히 저하돼 답변의 정확성과 속도에 불만이 잇따랐다. 트래픽 안정화 후 정상적으로 작동했지만 성능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네이버 등 수혜주들의 주가가 출렁이긴 했지만 이번 엔비디아 ‘깜짝 실적’을 계기로 AI주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금 오른 점은 분명하다. 연초 ‘챗(Chat)GPT’ 흥행 이후 모멘텀이 식으면서 AI주는 소강 상태를 보여왔다. 실적과 더불어 미국 국채금리 하락이 나타나며 엔비디아의 주가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거시환경 변동성이 커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AI가 ‘반짝’할 테마는 아니라는 의견으로 모아진다.
기관투자자들도 금리가 정점이라는 기대감을 바탕으로 다시금 바이오, 인터넷 등 밸류에이션이 많이 빠진 주식들을 다시 찾는 분위기다. 그동안 증시 변동성 확대의 중심이었던 이차전지주 쏠림 현상이 완화하면서 개인과 기관 모두 ‘차기 주도주’를 찾고 있다.
네이버의 ‘AI 대전’ 참전에 대해서는 증권가에선 대체적으로 호평이 나온다. 한국에서 최초로 생성형 AI 모델을 선보이며 선두주자에 나선 점은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선 AI 모델 부재로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서 받고 있는 ‘AI 수혜’가 주가에 반영되지 못했다.
물론 아직 투자 부담이 남아 있고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어’를 깊이 이해하는 AI 모델이라는 점이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한국어로 한정된 한계점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가 올해 4분기에 자체 AI 거대언어모델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초기 출시 모델은 챗봇에 탑재해 예약, 주문 등에 활용되는 기업간거래(B2B) 사업모델일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올해부터 AI에 본격적으로 투자하는 등 네이버에 비해선 다소 뒤쳐졌지만,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잘 써온 만큼 빠르게 네이버를 따라잡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일각에선 오히려 카카오가 카카오톡 등 AI를 접목시킬 여러 서비스를 가지고 있어 더 파급력이 높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편 AI 외에 ‘차기 주도주’ 후보군으로는 헬스케어 및 바이오주가 꼽힌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 팬데믹 수혜로 ‘백신’ 관련 헬스케어주는 시장의 관심을 받았지만 사실상 그 외의 헬스케어주는 다소 시장의 관심 밖에 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굵직한 이슈들이 예고되면서 하반기 헬스케어 및 바이오주 섹터를 주목하고 있다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전해진다.
이달 셀트리온그룹이 주요 계열사의 합병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신약 기대감도 국내외에서 떠오르고 있다. 유한양행은 폐암 치료제 출시를 앞두고 증권사들이 목표 주가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치매 치료제 개발 막바지에 이르면서 주목받는 모습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방한 단체관광 비자를 6년 5개월만에 허용하면서 중국 소비재 관련주도 주목을 받고 있다. 요우커(중국인 여행객)들의 복귀 기대감이 오르고 있다. 다만 최근 중국 경기 변동성이 커지면서 관련주 동향은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을 주도해 온 2차전지주 다음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많았는데, 엔비디아가 실적으로 증명하면서 AI 주도주 역할을 제대로 했다”며 “과거 '알파고' 이후 반도체에 빅사이클이 왔듯 AI도 단기적 이슈가 아닐 것으로 보이고, 빅테크뿐 아니라 AI 접목으로 추가 수익 모델이 나올 수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들도 수혜를 받을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