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은행권 비위 드러나자, 관 출신 무용론 본격 제기
관료 출신 임종룡 회장은 출석해야 한단 분위기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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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권의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며 금융당국 출신 전관(前官) 인사들이 눈총을 받는 중이다. 이들이 금융사 상임감사직을 독차지하고 있었음에도, 관리감독에 실패하면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단 지적이다.
올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도 이런 전관 인사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이미 여러 국회의원실에서 금융당국 퇴직자의 재취업 자료를 살펴보는 등 이전 관행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관료 출신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집중포화를 맞을 수 있단 예상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상임감사직은 모두 관 출신 인사들이 맡고 있다. 연일 은행 직원들의 횡령사고 및 비리가 밝혀지는 가운데 은행 내부통제 업무 총괄직을 최근 10년간 관 출신이 독차지해왔다는 분석이다.
직원들이 미공개정보로 부당이득을 취한 KB국민은행은 김영기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상임감사를 맡고 있다. 이전에는 주재성 전 금감원 부원장을 선임했었다. 작년 700억원대의 횡령사고가 드러난 우리은행은 한국은행 출신 양현근 전 금감원 부원장을 상임감사로 뽑았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올 초 각각 유찬우 전 금감원 부원장보와 민병진 은행 담당 부원장보를 영입했다. NH농협은행은 금감원 출신 인사를 물색하다가 감사자리를 잠시 공석으로 두기도 했는데, 지난 6월 고일용 전 금감원 실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들 은행은 이전에도 줄곧 금감원 출신에 감사를 맡긴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금감원 출신이 은행 감사 자리를 독식했지만, 은행 직원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자, 관련 업계에선 이들의 전문성에 의문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은행들 역시 금융당국 소통창구로 이들을 중용해 대관 강화에만 신경 쓴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졌다.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공생관계가 내부의 모럴해저드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이에 올해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도 은행권의 횡령 및 비리의 원인으로 관 출신 인사들을 거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련 부실공사 의혹에도 전관이 개입된 감리업체가 배경으로 꼽히듯, 금융회사 내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도 관 출신 전관 인사들이 무관하지 않을 거란 논리다. 이미 일부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관 출신 인사들의 금융사 재취업 기록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맥락에서 오는 10월 정무위 국감에서는 관료 출신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타깃이 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임종룡 회장은 선임 전부터 현 정부와 금융당국의 암묵적 지원을 받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다수 제기됐다. 아울러 지난해 700억원의 대형 횡령사고가 발생했고, 올해에도 한 직원이 7만달러(약 9000만원)를 빼돌린 사실이 발각되는 등 내부통제가 취약한 은행으로 꼽힌다.
한 정무위 의원실 관계자는 "은행권의 비위가 연이어 밝혀지면서 모피아 등 관 출신 금융권 인사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다"라며 "관료 출신인 우리금융 회장이 출석해 직원들의 비위를 막고 내부통제를 강화할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