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관련 부서간 이동 제한 검토…"투자 전문성 상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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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본점의 부산 이전을 추진 중인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이 연이은 인력 이탈에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산업은행 측은 직원들이 사모펀드(PE), 벤처캐피탈(VC) 등 투자금융(IB) 관련 부서에 연달아 배치돼 실무 및 경력을 쌓는 것을 제한하는 등 여러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그간 금융 공기업으로선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산업은행이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산업은행 본점 이전이 본격 추진되면서 인력 이탈이 급격히 늘고 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에 따르면 산업은행 연간 퇴직자는 ▲2020년 35명 ▲2021년 46명 ▲2022년 97명 ▲2023년 7월말 기준 57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유독 IB 관련 부서 내 퇴사 건수가 많은 모습인데, 특히 회계사 출신 직원들의 퇴사율이 증가했다. 연간 1~2건 수준에 그쳤던 퇴직 건수는 지난해 11건, 올해 상반기 4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간접투자실, PE실을 거친 회계사 출신 인사도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둥지를 옮긴 바 있다.
지난 1년간, 자본시장부문 내 사모펀드(PEF)를 운용하는 PE실 인력의 40%가 이미 회사를 떠난 사실도 업계 내에서 회자됐다. 주로 과차장급 실무진들의 퇴사가 잦은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퇴사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최근 들어선 PE, VC 업계 분위기가 한 풀 꺾이면서 퇴사 사례가 좀 줄기는 했다"라며 "PE실 인력 이탈이 유독 잦았다. 회계사 출신 직원들은 산업은행에서 경력을 쌓으며 몸값도 올랐고 부산이전 이슈를 감안해 이직을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인사부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직원들의 IB 관련 부서간 이동을 일부 제한해 업력을 쌓는 것을 막아 일종의 '이직 트랙'을 끊어내는 것이 해결책의 일환으로 거론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부산 이전 추진 이후 인력 유출이 심화하면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깊어졌는데, 최근 인사부 차원에서 IB 부서간 이동을 제한하는 안을 검토, 정책에 일부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며 "산업은행 인사부 내에선 일종의 암묵지, 불문율 정도의 정책 변화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통상 산업은행 직원들은 2~3년 간격으로 부서 이동을 한다. 그간 산업은행은 투자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간접투자금융실, PE실, 그리고 혁신성장금융부문 산하 넥스트라운드실 등 3개 부서를 연이어 배치, 업력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3개 부서를 거친 인력은 운용사(GP), 출자자(LP) 역할을 두루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직에 있어 유리한 조건인 까닭에 정책 변화를 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으론 산업은행 내 IB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PE실에서 이직이 잦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스케일업실 같은 경우에는 부서원들이 꽤나 효능감을 느끼면서 오랫동안 일하던 부서였다. 그런데 최근 팀장급 인사가 지방 지점으로 발령나서 의아했다"라며 "IB 관련 부서간 이동을 막으면서까지 경력쌓는 것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전문성을 키울 고민을 해야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