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팁스 운용사 중·소형 VC에 대기업도 선정
메리트 줄어든 AC 라이선스 자진 반납 고민도
우후죽순 늘어난 AC '옥석가리기' 필요성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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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벤처투자 혹한기가 이어지면서 액셀러레이터(AC)와 벤처캐피탈(VC)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기업까지 AC 업무 영역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AC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AC 라이선스의 메리트가 줄어들면서 라이선스 반납을 고민하는 AC도 늘어나는 가운데, 우후죽순 늘어난 AC 사이의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VC가 AC 영역에 침범하는 사례가 늘면서 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통적으로 AC는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컨설팅과 초기 투자를 겸하고, VC는 투자를 전문적으로 진행해왔다. 하지만 벤처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컨설팅 업무를 겸하는 VC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엔젤투자협회가 운용하는 팁스(TIPS)에 VC와 대기업이 선정되며 이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진 것도 AC업계의 고민이다. 지난 6월 한국엔젤투자협회는 올해 신규 팁스 운영사 34곳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중소형 VC 9개사와 교보생명보험, CJ ENM 등 대기업 2개사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라이선스를 보유한 AC만 지원 가능했던 팁스 운용사에 VC와 대기업 지원이 가능하게 된 것은 2021년 12월 개정된 창업지원법 덕분이다. 창업지원법이 개정되면서 ▲초기전문 VC ▲중소·벤처기업 및 중견·대기업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등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LP 확보에 난항을 겪는 VC와 대기업이 신규 펀드 결성을 위해 팁스에 지원했단 분석이다. 한 대형 AC 관계자는 "벤처투장 시장 자체가 위축돼 AC와 VC 가리지 않고 다들 힘든 상황"이라며 "CVC(기업형벤처캐피탈)도 모든 자금을 모회사에서 끌어올 수는 없는 노릇이니 팁스에 지원해 정부 돈이라도 끌어다 쓰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경쟁은 치열해지는 데 기준은 까다롭다보니 라이선스 반납을 고려하는 AC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도 윈베스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안랩 등이 AC 라이선스를 자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형 AC 심사역은 "최근 AC협회에서 진행한 교육에 참여했는데 VC뿐만 아니라 CJ제일제당 등 대기업들도 있었다"며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데 메리트는 크게 없다 보니 회사가 라이선스 반납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벤처투자법(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창업기획자(AC)는 등록 3년이 지난 날까지 전체 투자금액의 40% 이상을 초기창업기업(3년 미만)에 투자해야 한다. 창업기획자 등록 후 3년 지난 날 이후에도 해당 투자비율을 유지해야 하다 보니 AC 입장에선 투자에 제약이 많이 따를 수밖에 없단 분석이다.
투자 혹한기가 길어지면서 대형 AC와 중소형 AC 사이의 격차도 더욱 커졌다. 오랜 업력과 VC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컨설팅 역량을 보유한 대형 AC들은 혹한기를 버틸 체력이 있지만, 중소형 AC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우후죽순 늘어난 AC들 사이의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대기업이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창업지원사업을 늘리면서 AC 수가 너무 많이 늘었다"며 "AC의 본질인 컨설팅에 집중하지 않고 투자만 하는 사실상 '마이크로 VC'와 같은 AC들은 일부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