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지법 “배당금 및 이자까지 반환” 주문
이재용 회장 부당 합병 재판은 현재 진행형
부당 합병 재판 유리한 포석 위한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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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주요 주주였던 일성신약으로부터 지급한 배당금을 돌려받게 됐다. 돌려받게 되는 금액은 175억원에 이자를 포함한 액수다. 일성신약은 일단 항소를 계획하고 있는데 2015년 합병 추진 이후부터 삼성물산과 이어진 양측의 악연은 앞으로 수년 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15년 합병 반대 나선 일성신약…막대한 차익에 소송만 8년
2015년 삼성물산이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결의할 당시부터 여러 공방이 오갔다. 당시 주요 주주로 잘 알려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일성신약이 합병에 반대했는데,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산정된 것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었기 떄문에, 이를 근거로 합병이 경영권 승계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게 제기됐다.
일성신약을 비롯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최초 삼성물산이 제시한 주식 매수가액은 주당 5만7234원, 일성신약과 특수관계인들은 가치 산정을 다시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최초 "주식 매수 청구 가격은 적정하다”는 1심 판결을 2심 재판부가 뒤집었다. 공정하게 산정되지 않은 가격이라며, 주식 매수 가격을 주당 9368원 올렸는데 최종 6만6602원으로 정하라고 결정했다. 삼성물산이 항고에 나섰지만, 2022년 4월 대법원 또한 2심 판결을 유지하며 주식매수가액이 확정했다. 이에 일성신약은 앞서 제기했던 합병 무효 소송에 대해서는 항소 취하서를 제출했고 최종적으론 2000억원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삼성물산은 300억원 이상의 차액을 지불했다. 7년간 소송을 이어가며 발생한 지연이자까지 물어야 했다. 대법원에서 주식 매수가액의 확정 판결 난 이후 삼성물산이 주요주주였던 엘리엇 측에 약 700억원가량의 차액을 비밀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삼성물산 “합병 반대? 배당금 받았으니 돌려달라”
두 회사는 2022년 8월 다시금 맞붙었다. 삼성물산이 일성신약 및 특수관계자를 대상으로 부당이익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합병에 반대한 이후 일성신약에 지급된 배당금을 되돌려달라는 것이 골자다. 배당금소송가액은 175억5282만원이다. 삼성물산 측은 "합병을 반대한 일성신약은 주주가 아닌 채권자의 지위"라고 주장했다.
합병이 추진된 2015년 이후, 2022년까지 합병에 반대한 일성신약이 받은 배당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선 법조계에선 동의하는 의견도 있다. 주식매수청구가를 확정했고, 이에 합당한 금액을 지불한만큼 그동안 주주의 위치로서 지급한 배당금에 대해선 돌려받는게 합리적이란 의견도 있다.
실제로 합병에 있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의 적정성을 두고 회사와 반대주주 간 분쟁이 장기화하는 데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법조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각에서는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한 반대주주의 주주 지위를 상실시켜야 한다는 채권자 지위설이 언급되기도 한다.
일단 동부지법이 삼성물산의 일부 승소 판결을 통해 일성신약으로 하여금 배당금 원금과 이자를 더해 돌려줄 것을 주문했고, 일성신약 측이 항소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이번 소송전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물산 측 변호인단 측은 "판결문 게시를 기다리고 있다”며 “어떤 논리로 원고 일부 승소 결정을 내렸는지 파악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이재용 회장 부당 합병 관련 재판은 현재 진행형…이번 소송의 목적은?
지난해 9월 이재용 회장이 일성신약 창업주인 고(故) 윤병강 명예회장 빈소에 조화를 보낸 일화는 유명하다. 수 년간 민사소송을 이어온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애도의 뜻을 밝히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소송가액은 삼성물산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 1조4466억원의 약 1.2%밖에 되지 않는 175억원에 불과하다. 물론 이자를 더하면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회수 할 순 있겠지만, 일련의 과정을 통해 유무형의 손실이 더 많을 수 있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재용 회장은 현재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 주가 부양과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고자 거짓정보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 현재는 1심재판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외부감사법 위반) ▲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등의 혐의도 있다.
삼성물산은 '합리적 경영 판단'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2020년 9월 이재용 회장이 기소된 이래 햇수로 4년째 재판이 이어지곤 있지만 결론은 아직 나지 않은 상태다. 삼성물산 측이 이번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기 때문에 이번 결과를 활용해 추후 있을 재판에 활용할 여지도 충분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합병 반대 후속 조치에 따른 법리 논쟁에 가까워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성신약이 무효소송을 먼저 제기하고 주식매수가액을 상향 조정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순서상 주주인지 여부를 비꼬아 볼 여지가 없지 않은 상황이긴 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