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메타 출신 테크 임원들 보강 나서
CJ와 식품·뷰티에 이어 엔터 경쟁…티빙 제치기도
"신사업 적극 투자"…엔터 사업 본격 투자 나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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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쿠팡이 엔터테인먼트·콘텐츠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쿠팡 측은 연예 매니지먼트 설립과 더불어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기술 조직 보강에 나서는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쿠팡플레이가 CJ ENM의 '티빙(TVING)'을 제치고 월간 이용자수 1위를 차지하는 등 OTT 경쟁이 치열해지며 CJ그룹과 쿠팡간의 '햇반·뷰티전쟁'이 엔터 영역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4일 쿠팡은 씨피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설립했다고 밝혔다. 씨피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사업 개시를 알리며 첫 소속 아티스트로 방송인 신동엽과 전속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신동엽은 쿠팡플레이의 대표작인 'SNL코리아'에 출연하고 있다. 쿠팡은 '와우멤버십' 전용 혜택 중 하나로 쿠팡플레이를 제공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글로벌 OTT 독점이 우려되는 국내 시장에서 씨피엔터테인먼트는 우수한 한국 콘텐츠를 더 많이 제작, 제공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쿠팡플레이는 출시 초기엔 멤버십의 '록인' 역할이 강했지만 최근엔 단순 '부가 기능'이 아닌 자체적인 'OTT 및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연예 매니지먼트사인 씨앤피엔터테인먼트 설립으로 쿠팡플레이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제작-배급'까지 콘텐츠 밸류체인을 모두 확보하는 셈이 된다. 국내에서는 CJ ENM,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이 해당 구조를 갖고 있다.
쿠팡플레이 측은 최근 전문 인력들을 보강하면서 테크 조직을 강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달 쿠팡플레이는 외부에서 엔지니어링 조직 임원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신임 임원은 로힛 푸리 엔지니어링 총괄 전무와 최세권 스트리밍 테크놀로지 상무로 모두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 기술 성장을 이끈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푸리 전무는 넷플릭스, 트위치(전 세계 최대 인터넷방송 플랫폼)에서 기술 조직을 이끌었으며 최 상무는 넷플릭스와 메타에서 미디어 스트리밍 기능을 총괄했다.
이처럼 쿠팡이 엔터 미디어 부문에 힘을 주면서 사실상 CJ 그룹과의 '햇반전쟁'이 OTT 부문까지 확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CJ제일제당 측과 식품 납품가 갈등을 빚어 온 쿠팡은 지난달 CJ올리브영과도 갑질 공방에 나서며 '뷰티 전쟁'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두 기업 모두 OTT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OTT까지 갈등이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는데, 쿠팡이 콘텐츠 부문을 강화하면서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플레이는 최근 국내 OTT 선두주자인 티빙을 제치는 성장세를 보였다. 통계분석전문기업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쿠팡플레이 국내 OTT 중 MAU가(월간활성이용자수) 1위에 올랐다. 쿠팡플레이의 MAU는 5월 432만명, 6월 506만명, 7월에는 548만명을 기록했다. 반면 티빙은 5월 590만명, 6월 625만명, 7월 547만명대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쿠팡플레이가 빠르게 성장한 데에는 스포츠 분야 등 '틈새시장' 공략 효과가 크다. 쿠팡플레이는 국내 OTT들이 오리지널 콘텐츠와 해외 드라마 수급에 집중한 것과 달리 '팬덤'이 큰 스포츠 중계를 주목했다. 쿠팡플레이는 현재 K리그, AFC U-20 아시안컵, 카라바오컵, 코파 델 레이, 벨기에 주필러 리그, 그리스 슈퍼리그와 더불어 리그앙, 수페르리가, 라리가, 잉글리시 풋볼 리그 챔피언십까지 독점 생중계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평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성숙 단계에 진입한 쿠팡이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콘텐츠 부문 강화에 힘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도 아마존이 아마존 프라임 고객들에게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내놨고, 공격적 투자로 성장세를 보이면서 넷플릭스 다음으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성장한 바 있다.
지난 8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김범석 쿠팡 의장이 "작년 10월 진출한 대만 로켓배송 사업과 쿠팡플레이,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 등 신사업에 올 한 해 4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쿠팡의 움직임은 OTT 및 콘텐츠 업계에서도 저변을 넓혀가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OTT들보다 강점이 있는 국내 콘텐츠 수급이라든지 오리지널 콘텐츠 기반으로 키울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 OTT들이 힘을 못쓰고 있는 가운데 쿠팡플레이가 그나마 성장세를 보이는 토종 업체라서 기대감이 있고 매니지먼트까지 설립을 했으니 확장 향방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