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73%, 해외 90% 만기 연장
경기 회복 늦어질 경우 최종 손실 규모만 커진다는 지적 나와
손실 발생 시 흡수 여력 초대형·중소형사 간 차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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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증권사들의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저가 47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대부분 증권사의 신규 부동산 금융 영업이 사실상 전무했지만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에 따라 기존 익스포저가 회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5일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만기도래 예정이었던 국내 PF 익스포저 5조2000억원 가운데 약 73%(브릿지론 80%, 본PF 56%)의 만기가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역시 만기만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 미국·유럽 지역에 오피스 투자 형태로 구성돼있는데 시장 위축으로 올 상반기 만기도래 예정이었던 2조6000억원 가운데 90%가 만기 연장됐다.
부동산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경우 만기를 연장하는 것이 익스포저 해소 방안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증권사들의 최종 손실 규모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만기만 늘린 탓에 이자 부담이 커지고 사업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예리 나신평 연구원은 "증권사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1조2000억원 수준으로 건전성 지표 저하 수준이 큰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저 대부분이 만기 연장되고 있고 펀드 형태 등의 부동산 익스포저는 건전성 지표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현재 증권사 자산건전성 지표에 상당한 착시효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초대형 증권사(미래에셋·NH·한투·삼성·KB·하나·메리츠·신한증권)와 그 외 증권사들의 국내외 부동산 금융 손실 흡수 여력은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초대형사의 경우 연간 국내 36개의 사업장 혹은 해외 17개 사업장이 전액 손상처리해도 흑자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는 각각 국내 11개, 5개 사업장만 손상처리해도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초대형사의 경우 위탁매매 및 전통 IB 등 부동산을 제외한 사업 부문에서 경상적으로 창출하는 수익 규모가 많아 손실을 충당할 여력이 충분하지만 중소형사와 부동산 금융을 중심으로 외형을 확대한 대형사는 사업기반이 상대적으로 열위해 감내 가능한 손실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부동산 금융 부실에 따른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증권사의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증권사들의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에 대한 사전·사후적 대응 능력을 점검한 후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