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다변화 정책에 韓 2차전지 및 채권 수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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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기대와는 다르게 미국이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미국 채권 시장이 지속 경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대로 일본 채권시장은 자국 투자자들의 회귀 현상으로 인해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11일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은 한국 진출 25주년을 기념해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세계 경제 및 채권시장 전망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운용 자산 약 1조4000억달러(한화 1867조18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운용사로, 최근 한국에 전주사무소를 개소하고 국민연금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소날 데사이(Sonal Desai)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부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은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는 다르게, 연방준비제도가 근원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장기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소날 CIO는 "향후 5년내 미국 부채의 약 70% 정도가 만기에 도달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난 15년간 연준의 재정 적자는 35~100%가량 증가했고, 이는 재정 유연성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미 국채 투자 매력을 감소시키면, 일본계 투자자들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일본국채(JCB)에 투자해 일본 채권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0년간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국가가 일본이다.
그는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증세 또는 지출 삭감이 필요하지만, 미국 정부의 정치 성향을 봤을 때 이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미국 금리는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일본계 투자자들은 다시 일본 본국으로 자본을 회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국 채권시장에 대해 긍정적 전망도 제시됐다. 반도체 업황은 크게 악화됐지만, 2차전지와 AI를 비롯한 테크 산업 관점에서 성장성이 높아 GDP(국내총생산) 상승 및 증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2분기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경우, 한동안 한국 채권이 미국 채권보단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소날 CIO는 "중기적 관점과 펀더멘털 측면에서 한국 GDP 성장과 원화 강세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한국시장 투자도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향후 10년 동안 미국과 유럽 시장이 전개하는 '공급망 다변화' 정책의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