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 비만 치료제 시장에 빅파마 참전 잇따라
韓 바이오주도 '들썩'…너도나도 신약 개발 계획 발표
빅파마는 연이은 M&A…국내선 '비만 기준' 확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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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비만 치료 주사제 ‘위고비(Wegovy)’가 전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기적의 다이어트약’으로 불리는 이 약은 최근 심혈관을 비롯한 각종 대사 질환과 난치병에도 효능을 보인다고 밝혀지며 매출 증가세가 무섭다. 최근 노보 노디스크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누르고 유럽 최대 기업이 됐다.
바이오 주가가 급등하고, 국내 제약사들이 너도나도 신약 개발에 뛰어드는 등 ‘위고비 돌풍’이 국내에도 본격 상륙하고 있다. 향후 비만 치료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며 국내 제약사들은 ‘잠재 고객층’을 넓히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노보 노디스크는 과체중이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최대 5년간 진행한 임상 결과를 분석한 결과 위고비가 심장마비, 뇌졸중, 심혈관 사망 위험을 20% 낮췄다고 발표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병 및 비만 부문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9% 성장함에 따라 2023년 연간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위고비는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후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에서 시판되며 판매량이 급증했다. 올해 출시 국가가 늘어나면서 회사의 주가가 40% 넘게 상승했다. 위고비의 국내 출시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4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뒤 내년 10월까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위고비의 주요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호르몬인 GLP-1을 흉내 내는 ‘GLP-1 유사체’다. 원래 인슐린 양이 적어 혈당 수치가 오르는 질환인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제품명 오젬픽)됐지만,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다고 밝혀지며 비만 치료제로 나왔다.
그런데 이후 ‘체중 감량’ 외의 효과들이 발견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덴마크 노르셸란드 병원 연구진이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한 사람들의 알츠하이머(치매) 발병률이 낮은 것을 발견했다. 최근 일부 투여자들은 위고비 투약 시 술·담배·마약 욕구가 감소하는 일종의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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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킴 카다시안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위고비를 이용한다고 알려지며 유명세가 더해졌다. 재고가 부족할정도로 폭발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노보 노디스크는 생산 업체(써모피셔)를 추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비만 치료제 테마가 바이오주 핵심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만 치료 약물 임상시험을 한다거나, 개발에 착수한다는 얘기만으로도 주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6일 일동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형 당뇨·비만 치료용 신약 후보 물질의 임상1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했고, 주가는 상한가를 보였다. 한미약품은 7월 말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했던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바꿔서 개발하겠다고 밝힌 후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원래도 하반기 주요 테마로 AI(인공지능), 바이오 등을 주목하고 있었는데 비만 치료제 테마가 더해지면서 바이오주가 더 모멘텀을 얻은 듯하다”며 “다만 아직 국내 회사들은 1상 등 이제 막 뛰어드는 단계라 신약개발 실체가 나타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 글로벌 빅파마들로부터의 위탁생산 수주 등 현실적인 수혜가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비만 치료제와 관련해 ‘신약 개발’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내에선 우선 ‘시장 넓히기’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비만의 기준과 정의는 나라마다 다르게 정해지는데 우리나라는 대한비만학회 비만 진료지침에 따르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가 위고비 이전 내놓은 비만 치료제인 ‘삭센다’(Saxenda)’는 미국 기준으로 BMI 30 이상부터 투약이 가능한데, 국내 식약처도 해당 기준으로 현재 BMI 30 이상부터 처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BMI(체질량지수)는 몸무게를 키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측정하는 비만 지표다.
오래된 ‘비만 기준’ 논란이 비만 치료제 붐을 타고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비만치료제 투약 BMI 기준이 25로 낮아진다면 ‘잠재 시장’ 범위가 급격히 커진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잠재 매출 증가를 뜻한다. 서양 기준대로 비만을 분류하면 국내에는 BMI 30 이상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비만치료제 시장이 크지 않다. 이에 일부 국내 제약사들이 투약 가능한 BMI 기준을 낮추기 위해 각처에 로비 활동을 벌이는 등 분주하다는 후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비만 기준과 관련해선 제약회사,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각 이해관계자가 각자의 입장이 있는 상황”이라며 “비만 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해당 문제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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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 시장은 한동안 글로벌 제약시장의 가장 큰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일라이 릴리(Eli Lilly), 화이자(Pfizer), 암젠(Amgen) 등 대형 다국적 제약사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위고비가 거의 독점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예상되는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마운자로’가 연말 FDA 신약 승인 심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JP모건 체이스는 전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30년까지 약 330억달러(44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말 기준 약 24억달러(3조 2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JP모건은 비만 치료제 시장의 대부분을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점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비만 치료제 선두 장악을 위해 시너지가 예상되는 기업들 인수에 벌써부터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초 노보 노디스크는 경구용 카비노이드(CB1) 수용체 차단제를 개발 중인 캐나다 기반의 바이오텍 인버사고(Inversago Pharma)를, 지난달 말엔 덴마크의 비만 치료 관련 기업 엠바크 바아오텍(Embark Biotech)을 인수했다. 일라이 릴리도 최근 비만 치료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 바이오 기업 버사니스 바이오(Versanis Bio)를 인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