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늘어나도 마지막 날 몰리는 관행 바꿀 수 없어"
수요예측 여러 기관 겹치는 문제점도
'빅딜'일수록 앞선 주문에 물량 우선 배정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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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大魚)'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가 11일부터 수요예측을 시작한 가운데, 7월부터 적용된 IPO 제도 개편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 개편안을 통해 2영업일이었던 수요예측 기간이 5영업일 이상으로 늘어났는데, 마지막 날 주문이 몰리는 관행은 변하지 않는 데다 실무진들의 업무 강도만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번 개편안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IPO 당시 '뻥튀기 청약'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후속 조치다. 금융투자협회는 "수요예측 기간이 5일로 늘어난 건 '눈치게임'하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분석해 가격을 써달라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두산로보틱스 IPO 수요예측 과정에서 '눈치싸움'은 전혀 막을 수 없었다는 평가다. 통상적으로 수요예측 과정에서 주문은 대부분 마지막 날에 몰리게 된다.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동향을 파악해 더 유리한 조건으로 주문을 넣기 위해서다.
국내 한 증권사 IPO 부서 관계자는 "다수의 기관들이 대형 투자자가 제시한 가격을 참고해 주문가격을 제시하고, 첫날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도 마지막날 주문 가격을 수정해 제출하는 게 일반적이다"며 "수요예측 기간을 늘린다고 해서 마지막 날 쏠리는 현상은 개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효성은 없는데 업무 강도만 늘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증권사 IPO 관계자는 "시차가 다른 해외 기관의 주문이 있으면 5일 동안 밤을 새워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로보틱스는 현재 해외 기관 주문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두산로보틱스는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기관 주문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안 들어오겠다는 곳을 찾는 게 더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요예측 기간이 5일로 길어지면 한 주에 수요예측 기업이 다수 겹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레뷰코퍼레이션의 수요예측 기간이 겹쳤다. 상대적으로 큰 회사와 기간이 겹치는 회사는 흥행하지 못할까봐 불안하고, 기관 투자자들 또한 IR을 여러 번 방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일찍 주문 넣은 기관들에 물량을 우선 배정하면 이같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IPO 실무를 담당하는 이들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한 증권사 IPO 부서 관계자는 "'빅딜'일 수록 '선입선출'이 불가능하다"며 "기관 투자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훗날 중소형 딜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기관의 동향에 따라 기관 투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동향 파악도 없이 첫날에 주문해서 더 많은 물량을 받자는 전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