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펀드 불참한 금융지주 겨냥한 거란 시각 多
'롤모델' 조명된 우리금융…직후 1100억 출자 결정
캠코 PF펀드 아직 불참한 하나·NH농협銀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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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금융지주들에 부동산 PF 정상화를 위해 자금을 지원하라고 격려하자 우리금융이 1100억원의 추가 출자를 결정했다. 당초 우리금융은 지난 5월 5000억원 규모로 자체 펀드를 조성하며 PF 사업장 지원에 나섰고, 당국도 이를 모범 사례로 치켜세웠지만 더 자금을 조성하라는 압박이 나오자 가장 먼저 추가 출자 규모를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PF 사업 정상화 추진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지주들에 부동산 PF 정상화 작업에 적극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 KB금융과 신한지주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에 참여를 결정했지만, 하나·우리·NH농협은 아직 확정하지 않은 만큼 이들을 겨냥하는 동시에 금융지주들의 추가 PF 지원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로선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에서 11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지만 NH와 하나금융은 아직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달 가동 예정인 PF 사업장 정상화 펀드는 캠코가 5개 운용사(신한·KB·이지스·캡스톤·코람코자산운용)에 각각 1000억원씩 출자하고 개별 운용사들이 민간 자금을 1000억원 이상 모집해 총 1조원 규모 자금을 PF 사업장 정상화에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콕 집어 얘기하진 않았지만 당일 참석자 사이에선 캠코 PF 펀드에 불참한 금융지주의 출자를 겨냥한 발언으로 비친다는 반응이 나왔다"라고 전했다.
5대 지주 가운데 KB·신한지주는 각 사 계열 운용사가 해당 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만큼 1000억원가량을 출자하기로 확정했지만 하나·우리·NH농협금융 3개사는 참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우리금융은 가장 먼저 지원 자금 규모를 결정했다. 약 11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500억원 규모는 PF 사업장 정상화 펀드 위탁운용사인 캡스톤·코람코자산운용을 통해, 약 600억원은 자체 계열 운용사를 통한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해 PF 시장 정상화를 지원한다.
우리금융 측은 "민간 주도로 부동산 PF 사업장을 지원하라는 당국 요청에 따라 시장 정상화 일환으로 자체 펀드로도 지원하게 됐다"며 "우리글로벌자산운용 혹은 우리PE자산운용을 통해 자금 지원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NH농협금융지주 역시 자체 펀드 조성을 통해 PF 정상화를 지원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구체적인 액수와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우리금융에 준하는 규모로 내놓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캠코의 PF 사업장 정상화 펀드에 참여하는 KB·신한지주는 이미 캠코 펀드에 참여한 만큼 아직 논의 중인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향후 추가 출자 가능성은 열어놨다.
부동산 PF 리스크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당국이 금융지주들에게 지속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이날 회의에서 당국은 은행들에 좀 더 적극적으로 PF를 취급할 것도 권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시중은행들은 보증부 여신 중심의 우량 PF를 다루며 부실을 회피해왔지만, 당국이 PF 시장 자금 수혈을 위해 좀 더 리스크한 대출도 다루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PF 사업장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해주는 한편 위험관리 차원에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라"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서 본PF를 열심히 취급해 줘야 전체 PF 시장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다"며 "정부에서도 관련 정책을 속속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