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성과 부진…10월 국빈방문에 분주한 산은
두자릿수 IRR에 직접투자 기조…"어려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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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한국 국빈 방문이 10월 중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의 투자유치를 전담 중인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이 분주해졌다. 연초 40조원 규모의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이래 투자 사례가 한 건도 없었던 까닭이다. 무바달라측에서 요구한 높은 내부수익률(IRR)과 간접투자에 대한 부정적 기조가 걸림돌로 거론되고 있다.
올해 1월 한국-UAE 정상회담 이후 UAE가 한국에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내용의 MOU가 체결됐다. 5월엔 무바달라를 비롯한 7개 기관이 한국을 방문, 20억달러 규모에 대한 투자 실무 검토가 본격 시작됐다. 관련 행사를 주관한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측은 당시 20억달러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검토에 들어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무바달라와 국가간 투자파트너십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무바달라로부터 투자유치를 받으려는 목적의 실무 조직인 ‘UAE 투자협력센터’를 만들어 업무 능력이 출중하다고 판단되는 10여명의 직원들을 배치했다. 프로젝트금융(PF)본부 내 3실 팀장이던 최항석 팀장이 센터장 역할을 맡아오고 있다.
‘투자 1호’는 부재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개별 기업들이 산업은행을 통해 투자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이를 산업은행이 취합해 무바달라 측에 전달하고 있는 정도다. 무바달라를 비롯한 UAE 국부펀드들은 자국에 적용할 만한 ‘기술’을 가진 기업들 중심으로 투자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으로는 에너지·정보 통신 기술·농업 기술·생명공학·항공우주·K컬처 등 6개 분야가 거론됐다.
최근 들어선, 투자 1호를 만들어내야 할 필요성이 커진 분위기다. 무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이 내달 중 국빈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산업은행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방한 전까지는 투자 성과를 일부 내야만 한다는 주문에 따라서다. 실제로 투자 사례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UAE 측의 지적이 없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내달까지 투자 성과를 내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산업은행이 딜(Deal)을 중개해주더라도 무바달라 측의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UAE 두바이 지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UAE 투자기관들이 투자검토에 들이는 시간은 최소 반년 정도다. 투자 결정에 있어 꽤나 까다로운 분위기인 것으로 파악된다.
무바달라 측에서 요구한 IRR이 높은 부분도 우려사항 중 하나다. 업계에선 18~20% 수준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에 더해 무바달라 측은 ‘직접투자’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기재부가 직접 국내 펀드 투자 수익률 자료를 바탕으로 무바달라로 하여금 간접투자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보려 했지만 성과가 크진 않았다는 전언이다.
국내 자본시장의 평가도 그닥 긍정적이진 않은 분위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무바달라 측에서 요구한 두자릿수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것 자체가 산업은행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라며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때처럼 외화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저 정도 수익률이 나는 투자 건을 직접하는 것이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면 해당 수익률을 낼 만한 투자 건을 찾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