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 방어주로 꼽히고 주가 하락하며 배당 매력 부각
이번엔 배당성향 높아질까…연초에는 기대감 꺾여 주가 하락
-
국내외 금융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은행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배당 수익이 매력적이란 분석이다.
최근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런던 행사에서 은행들의 배당자율성을 높여야 한단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연말 배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올 상반기에도 그랬듯이, 금융당국의 말과 행동이 엇박자를 내며 배당 기대감이 다시 꺾이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15일 각각 전날대비 3.68%, 4.44% 오른 3만8000원, 4만3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전날보다 2.14%, 2.61% 오른 5만7300원, 1만25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금리 상승 등으로 금융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방어주로써 매력도가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주들은 연초 이후 지지부진한 주가를 이어오다 최근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양호한 예대마진 성장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오갈데 없는 자금의 피난처가 된 모양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3개월간(6월 14일~9월14일) 주가가 15.6% 상승했다. 최근 들어 외국인이 은행주를 상당 순매수한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은행주가 저점을 찍으면서 주가 대비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점도 순매수 유입에 원인이란 설명이다. 은행주 주가는 배당 확대 기조로 연초에 반짝 상승하기도 했으나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등 규제 리스크로 지지부진했다. 이에 시가 대비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셈인데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4일 기준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배당수익률은 9.21%, 8.04%에 달한다.
아울러 지난 14일 런던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런던 IR 2023' 행사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금융사의 배당자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시장의 배당기대감이 높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원장은 국내 금융사들의 PBR(주가 순자산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며 자본 확충 능력이 갖췄다는 전제하에 배당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
그간 국내 금융사는 금융당국의 배당 확대 자제 기조에 따라 지난 몇년간 배당성향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 중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지난 2021년 배당성향은 26%로 2018년과 동일하다. 실적 상승에 따라 배당금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원장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은행주가 저평가된 상황과 배당 자율성을 언급하면서 일각에선 배당성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솔솔 나오고 있다. 자사주 매입 등 추가적인 주주환원정책이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증권사 금융 연구원은 "자본건전성에 필요한 자본 이외에 잉여자본에 대해선 배당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단 취지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정책이 발표되거나 배당성향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주가의 흐름이 올해 초 은행금융지주 주가의 급등락과 똑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올 초에도 주요 금융지주 주가는 배당 기대감을 등에 업고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당국도 배당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내놨다.
결과는 기대와는 정반대였다. 금융당국이 은행 및 은행지주의 자본건전성을 보강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하며 배당 기대감이 꺾였고, 주가도 급락했다. 지금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들과 하반기 중 추가 충당금을 더 쌓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가계대출 급등을 이유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기도 했다.
한 운용사 운용역은 "금융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조달금리 부담은 커졌는데, 연초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인한 학습효과로 인해 대출금리에 반영은 더뎌지는 모습"이라며 "배당성향을 30%로 유지하더라도 순이익 규모 자체가 줄어들면 주당 배당금은 줄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