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회복이 중요한데"…오프라인 리뉴얼에 초점맞춰
"타 유통사보다 전략 늦어…안 하는 것보단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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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까지 매출액 17조원과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습니다"
좀처럼 수익성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던 롯데쇼핑이 구체적인 실적 목표를 내놓았다. 오프라인 점포 리뉴얼을 통해 기존 사업부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오프라인 매장 집객력을 확인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 중요도가 높아지곤 있지만, 뒤늦게 제시된 만큼 변화에 취약할 롯데쇼핑의 청사진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9일, 롯데쇼핑은 '롯데쇼핑 CEO IR DAY'를 개최해 회사의 중장기 실적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 6가지를 공개했다. ▲핵심상권 마켓리더십 재구축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 ▲e커머스 사업 최적화 및 오카도 추진 ▲부진 사업부 턴어라운드 ▲동남아 비즈니스 확장 ▲리테일 테크 전문기업으로 전환 등이다.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CIO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초청됐다.
제시된 영업이익 가이드라인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이에 롯데쇼핑은 "기존 사업 수익성 도모를 통해 1500억~2000억원, 해외사업에서 이익 달성을 통한 500억~1000억원 이익 달성이 가능하다"라며 향후 업황 회복과 신사업 진출 등을 감안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제시된 전략 중에선 '핵심상권 마켓리더십 재구축'에 관심이 모아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을 필두로 무너졌던 오프라인 시장이 다시금 재건되는 시점에서, 롯데쇼핑 또한 오프라인에 무게를 더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 것이다. 실제로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 총괄대표담당은 기존 롯데백화점 8개 주요 점포를 리뉴얼하고 쇼핑몰 지점을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소비자 경험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오프라인 전략이 향후에도 유효할 순 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그룹의 더현대서울 팝업스토어 전략이 매출 신장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사업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된 지 2~3년 만에 오프라인 점포가 다시금 중요해지는 등 변화가 극심한 데 우려가 없진 않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 집객력이 높아진 현 시점에선 현대백화점이 온라인 투자를 줄인 데 호평이 나오지만, 이후 온라인 부문이 다시 살아나면 현대백화점 실적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라며 "변동성이 크다는 측면에서 현대백화점의 기업가치가 고평가 받고 있다고도 본다"라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 관련해서도 오프라인 지점 강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롯데하이마트의 실적 부진은 오프라인 지점 부진보단 업황 악화 영향이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이미 롯데하이마트는 수정된 상품전략을 기반으로 100여개 점포를 리뉴얼할 것이란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럼에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중장기 성장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그 이유로 가전시장 자체의 제한된 성장성을 꼽은 바 있다.
한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제시한 중장기 전략은 '오프라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직 단언하기는 이른 단계지만, 가전 관련 계열사나 백화점 사업의 실적을 당장 신장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다. 업황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업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모험하지 않는 기업', '경쟁사의 전략을 뒤늦게 취하고 펼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동남아시아 진출 전략이나 오프라인 점포 리뉴얼 계획 또한 이익 개선 효과 경험을 토대로 공개할 수 있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전략 실행에 따른 실적 개선세는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주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그랜드 오픈식을 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베트남 출장길에 오른다. 그 전에 포부를 선제적으로 밝히려 공개한 성장 전략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해당 행사를 위해서 국내 금융권 인사들을 초청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전략이 늦으면서도 타 유통기업과는 다른 방향을 본다는 특징이 있는 것 같다"라며 "늦더라도 안 하는 것보단 나은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