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성장 주춤하고 연체율 악화되는 등 투자유인 미흡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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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케이뱅크의 수익성 및 재무건정성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비트 효과가 소멸되며 대출성장이 주춤하고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의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금조달을 통해 성장을 모색하려던 케이뱅크의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익성·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아지면서 투자자 유치가 녹록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유상증자를 비롯해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2월 상장 철회를 공식화한 후 자금수혈이 필요해지자 추가 투자유치 등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 주관사단이었던 NH투자증권 등이 관련 과정을 돕고 있다.
관련업계에선 케이뱅크가 자본확충 없이 성장성을 보여주긴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출을 늘리기 위해선 안정적으로 BIS비율을 유지해야 하는데 현재 케이뱅크의 지표가 시중은행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제결제은행(BIS)에선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할때마다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을 쌓도록 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올해 1분기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전년동기대비 4%p(포인트) 가량 낮아진 13.5%로 집계됐다. 시중은행이 16~1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대출 규모는 1조원 수준에 불과해 성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대출을 늘리려면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라며 "1분기 기준 케이뱅크의 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시중은행 대비 낮은 수준이다. 수신을 늘리는 동시에 자본비율을 맞춰야 하는 과제에 놓여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시장 환경이 케이뱅크 투자유치에 비우호적이라는 점이다. 고금리·경기침체 등으로 케이뱅크의 수익성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케이뱅크는 작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암호화폐 열풍에 힘입어 수신과 여신을 늘렸지만 고금리 기조에 이같은 효과가 소멸된 지 오래다. 경기침체로 가계대출 성장세가 주춤하고 설상가상으로 시중은행과 예적금 특판 수신 경쟁까지 하면서 이전과 같은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지난 6월말 기준 전년 동기대비 38bp(bp=0.01%) 하락한 0.27%를 기록했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256bp 내려간 2.74%로 집계됐는데 같은기간 183bp 오른 카카오뱅크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재무건전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자산이 증가하면 충당금 등 자본의 추가 투입 필요성이 커지는데 이 역시 성장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8월말 기준 케이뱅크의 중저신용대출 연체율은 4%대로 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 가장 높다.
투자업계에선 은행업의 성장성 및 수익성이 제한된 상황상 투자유인이 많지는 않다는 반응이다. 지난 2021년 유동성이 풍부한 장세에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당시 케이뱅크는 약2조45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 6월말 기준 자본총계인 1조8500억원 대비 1.3배 높은 수준이다. 상장된 시중은행들은 0.5배가 채 되지 않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 입장에선 자금수혈 차원에서 유상증자 등을 진행해야 하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다"라며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기업금융, 가계대출과 관련해 고정이하여신이 상당히 늘고 있어 투자자 입장에선 금융산업의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투자자들로부터 끌어모은 자금을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으려면 드래그얼롱(동반매도권) 등 투자자 보호 조건(옵션)을 덧붙이기 어려워 이 역시 투심을 위축시킬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드래그얼롱(동반매각청구권)이 부여된 투자지분에 대해 케이뱅크의 자기자본으로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적격상장 요건으로 IPO가 이뤄지면 드래그얼롱 등의 옵션은 효력을 잃어 자기자본으로 인정되지만, 최근 시장 여건상 상장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 불안정성이 조금만 커져도 상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케이뱅크는 공모주 투자자들이 좋아할만한 에쿼티 스토리를 보유하지도 않았다"라며 "IPO시장이 활황기도 아닌만큼 인터넷전문은행에 추가로 투자하기엔 고민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