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증자가 판가름한 3분기 ECM 주관 순위
한국證, 1조4714억 규모 주관하며 1위…NH證이 뒤이어
IPO 순위는 '파두'가 결정…주관사 많을수록 불리
4분기 한화오션 유증·서울보증보험 IPO, 대어 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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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1조원대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 주관사로 참여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주식자본시장(ECM) 리그테이블 주관 순위 1, 2위를 수성했다. 두 증권사는 지난 상반기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기록했지만, 참여 주관사가 많지 않은 대기업 거래에서 확실한 실적을 내며 순위가 뛰어올랐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기업들의 조(兆) 단위의 증자를 도운 증권사들이 주로 상위권에 오른 모습이다. 1분기 롯데케미칼 유상증자, 3분기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 CJ CGV 유상증자 정도가 올해 ECM 주요 빅 딜(Big Deal)로 기록됐다. 기업공개(IPO) 주관 순위는, 다수의 주관사를 낀 두산로보틱스가 아닌 파두가 갈랐다.
22일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E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ECM 공모 발행 시장에서 총 1조4714억원 규모 딜들을 주관하며 1위에 올랐다. 지난 상반기 수임한 딜은 총 9건으로, 1위에 올랐던 KB증권과 동일했지만 발행 규모가 900억원가량 적은 탓에 3위로 밀린 바 있다. 3분기 11건의 딜을 추가로 추진하면서 KB증권을 크게 앞질렀다. 발행금액 격차도 3배가량 벌어졌다.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이 공고한 1위로 오르는 데 기여한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1조143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또다른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 주관사인 NH투자증권도 2위에 올랐다. 순위권에 오른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수임 딜 건수는 적지만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를 주관한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나머지 주관 순위에는 롯데케미칼 유상증자 주관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NH투자증권을 비롯해 삼성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순위권에 들었다. 3개분기 동안 수임한 딜이 롯데케미칼 유상증자 1건인 하나증권, 유안타증권, 미래에셋증권은 공동 6위를 차지했다.
딜 규모 자체는 롯데케미칼 유상증자가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보다 700억원가량 컸지만, 롯데케미칼이 7곳의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순위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IPO 주관 순위 또한 한국투자증권이 1위를 차지했다. 건수도 13건으로 타 증권사들 대비 많고, 발행 금액 또한 5048억원으로 2위인 미래에셋증권보다 1500억원가량 높다. 주요 거래는 파두 IPO(발행금액 1938억원)다. NH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 한국투자증권이 공동주관사로 참여했다. 두 증권사들은 두산로보틱스 IPO 주관도 맡고 있다.
그러나 두산로보틱스 IPO(4212억원) 딜은 IPO 주관 순위에 대한 영향이 미미한 모습이다. 5개의 주관사를 선정한 여파다. 두산로보틱스는 공동대표주관사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을, 공동주관사에 NH투자증권, KB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한 바 있다. 인수사는 키움증권, 신영증권, 하나증권, UBS증권 등 4곳이다.
두산로보틱스는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공모밴드가격 최상단인 2만6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의 순위가 뒤바뀌기도 했다. 두산로보틱스의 공모 규모가 늘어나며 주관사로 참여한 NH투자증권의 실적도 증가해 60억원 차이로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IPO 주관을 맡으며 1위 자리를 지켜오던 KB증권은 전체 주관 순위 4위, IPO 주관 순위 8위, 유상증자 주관 4위로 다소 부진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IPO 시장 분위기가 다시금 활기를 되찾으면서, 4분기 IPO 주관 실적에 따른 순위 변동 가능성에 주목된다. 예정된 빅딜로는 서울보증보험 IPO(2758억원)이 있다. 뿐만 아니라, 굵직한 유상증자 딜도 대기 중이다. 한화오션 유상증자(2조원)와 SK리츠 유상증자(3134억원)가 4분기 중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