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證 전체 주관 1위 수성…존재감 키운 신한證
기업들 관망 나서면서 3분기 발행 시장 소강상태
고금리 시대 중요한 '중개자'…韓 DCM 진출 속속
은행채 급증으로 수급 혼란까지…4분기 위축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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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3분기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도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금리 부담에 기업들은 관망세에 들어간 가운데 유가 급등, 은행채 급증 등이 채권시장 변수로 떠오르면서 남은 4분기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다. 발행 시장 열기가 식으면서 치열한 회사채 주관 경쟁도 줄어든 한편 한동안 이어질 고금리 시대를 대비한 ‘조달 파트너’ 전략 재정비는 분주한 모양새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2023년 3분기 누적 기준 채권자본시장(D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증권사가 주관을 맡은 무보증 공모회사채(일괄신고 제외)는 53조3219억원으로 나타났다. 연초 발행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발행이 많았던 상반기와 달리 고금리 여파 등으로 회사채 발행 시장은 다소 소강 상태에 접어든 모습을 보였다.
금리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유상증자로 돌리거나 차라리 은행 대출을 찾고 있다. SK이노베이션, CJ CGV 등 최근에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기업들은 대규모 적자, 투자 부담, 부채 증가 등 한동안 크레딧 이슈가 계속된 곳들이다. 공모 회사채 발행이 어렵다보니 이른바 ‘불황형 유상증자’가 많아졌다는 평이다.
이처럼 기업도, 개인도 은행을 찾으면서 은행채 발행이 급증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늘고 작년 말 고금리에 유치한 예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은행의 자금 조달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최근 한전채 발행도 재개되면서 단기자금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등 채권시장 수급 혼란이 커지고 있다.
한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를 생각하면 채권시장이 기사회생한 수준인데, 지금은 은행채 이슈가 어떻게 흘러가냐가 관심사”라며 “은행채 이슈는 결국 수급 불균형 문제인데, 은행들의 수신 금리가 채권 금리와 별개가 아니라 수급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은 ‘싼 값’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는데 자금 필요는 높아져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결국엔 대출 증가율이 진정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높은 금리와 채권시장 수급상황 불안정으로 3분기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비교적 잠잠했다. 상반기에는 추가 금리 상승 우려로 기업들이 미리 자금 확보에 나서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떠오르며 일단 시장을 관망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SK그룹은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최대 발행 그룹 자리를 지켰다. 3분기 SK E&S, SK에코플랜트, SK실트론, SK㈜ 등이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했다. 최근 배터리 계열사 SK온도 첫 회사채 발행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업체들이 대규모 설비투자(CAPEX)가 예정돼 있고, 성장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발행 시장 ‘큰 손’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그룹 양 축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이 모두 회사채를 발행했다. 롯데쇼핑과 케미칼 모두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크레딧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연말 그룹 유동성 위기의 주범이었던 롯데건설은 최근 상환용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과 접촉하는 등 다시금 조달 이슈가 떠오르는 분위기다.
7월 전후 금리 불안이 다소 줄고 채권시장 수급이 원활해지자 유통사들 발행도 이어졌다. 롯데쇼핑은 수요예측에서 목표의 4배가 들어오며 증액 발행했다. 롯데쇼핑은 대표 주관사만 7곳을 선정하는 등 조달에 심혈을 기울였다. 신세계그룹의 ㈜신세계, 이마트 등도 6월 말, 7월 초 회사채를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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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LF, 이랜드리테일, 이랜드월드 등 패션 기업들의 발행도 눈에 띄었다. 이랜드는 증권업계에서 하반기 자금 확보가 필요한 곳 중 하나로 꼽혔는데, 부채비율이 워낙 높아 금융감독원에서 ‘주채무계열’로 꼽히는 등 당국에서도 주시하고 있다고 알려진 바 있다.
증권사들의 자금 조달도 이어졌다.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하나증권, NH투자증권, 그리고 한국투자증권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 등이 회사채를 발행했다. 대형 증권사들은 우량 신용도를 바탕으로 기대에 부응하는 투자 수요를 이끌었다. 다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위축 우려 등으로 투자수요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DCM 관계자는 “3분기 초반엔 물가지표 안정과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발행사들도 시장수급을 보면서 발행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데, 하반기 들어서 유가 상승세가 가파르고 금리 불안도 높아져 발행사와 투자자 모두 관망하고 있다”며 “최근 작년 하반기 고금리로 발행한 은행채의 롤오버가 돌아오고 여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4분기에는 3분기보다 DCM이 위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고금리 시대 기업들의 조달 다변화 노력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중개자' 역할에서 기회를 찾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최근 한국 DCM 시장을 향한 해외 IB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독일계 금융사 도이치방크는 도이치방크코리아에 20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지원한다고 밝히며 한국 DCM 재진출을 발표했다. 웰스파고도 한국물 담당 인력 영입에 나서는 등 글로벌 IB들이 한국 DCM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등 해외 투자자들도 한국물 스터디에 나선 분위기다.
올해 DCM 리그테이블은 사실상 3분기로 연간 순위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3분기 발행이 많지 않았고, 통상 4분기는 회사채 비성수기로 꼽힌다. 3분기 누적 기준 DCM 전체 주관 1등은 KB증권이 차지했다. 일반회사채 부문은 NH투자증권이 9조455억원(161건), KB증권이 8조6552억원(196건)을 주관하며 간발의 차로 NH투자증권이 1위를 기록했다.
올해부터 DCM에 힘을 주면서 연간 리그테이블 3~4위권을 노린 증권사들의 성적표는 엇갈리는 모양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체 DCM 주관과 일반 회사채 주관 모두 7위에 머무른 반면 신한투자증권은 전체주관과 일반 회사채 모두 4위로 오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DCM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주관사들 사이에서 무조건 발행을 성사시키려고 하고, 당장 손실을 보더라도 여전채를 많이 인수하기도 한다”며 “지난해 미매각으로 채권 평가 손실이 크게 발생한 증권사들이 많았는데, 이를 교훈삼아 무리한 인수경쟁에 나서 미매각을 떠안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