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합의 내용은 '비밀'…소송 장기화에 부담 느낀 듯
"근본적 해결 아니다" 아쉬움…국회선 국감 질의 준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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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둘러싸고 진행해 온 소송을 종결했다. 서로 소송전을 벌이며 빚어온 법적 다툼이 4년여 만에 마무리된 것이다. 양측이 ‘윈윈(win-win)’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자평하지만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는 아쉬움도 엿보이는 분위기다.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인 국회에서는 국정감사에서 이번 합의와 관련해 살펴보겠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일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측에 이번 망 사용료 합의와 관련한 질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지만 넷플릭스코리아와 SK브로드밴드 측 증인 채택 등이 논의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서울고등법원에 서로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망대가를 내야 한다)’과 ‘채무부존재 확인(망대가를 낼 필요 없다)’ 소송 취하 서류를 제출했다.
양사는 합의에 대해 “고객 편익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며 “양측은 이번 파트너십을 계기로, 앞서 있던 모든 분쟁을 종결하고 미래 지향적 파트너로서 함께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내년 상반기부터 스마트폰·IPTV(인터넷TV)용 넷플릭스 번들 요금제를 순차 출시하는 등 다방면의 협력을 추진할 예정이다.
최대 쟁점인 망 사용료에 대한 양측의 구체적인 합의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양측은 “기업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업 간 거래인만큼 ‘아쉬운 쪽’이 없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넷플릭스 측은 코리아 측이 주도하며 글로벌 본사와 공조했고, SK 측은 SK브로드밴드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양측이 ‘윈윈’으로 갈등을 종결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업계에서는 망 사용료와 관련한 법원의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데에 따른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콘텐츠사업자(CP)와 인터넷 제공사업자(ISP)가 주고 받아야 할 망 사용료에 대한 법안 추진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국회에서는 망 사용료 법이 다소 밀린 가운데 내년 4월 총선 영향으로 법제화 작업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알려지지 않으면서 국회에서는 이번 국정 감사 때 이번 합의의 실체와 망이용대가 법제화 문제 등을 살피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과방위 관계자는 “두 회사가 합의하기 전에 미리 정부와 교감한 부분은 없다”며 “두 회사가 합의했다고 법안에 영향을 줄 일은 아니고, 합의와 별개로 정부 차원에서 망 이용대가 논의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망 이용대가, 알뜰폰, 뉴스 알고리즘 등 과방위 현안 중 논의가 장기화되고 있는 내용들이 있어서 또 법안소위가 열리면 본격적으로 법안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합의 발표 후 국회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양사의 원만한 문제 해결을 환영한다”며 “비록 망이용대가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두 회사의 화해는 존중하고 응원한다. 다만 망이용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밝힌바 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법정다툼은 2020년 4월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요구하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서 자신들은 책임질 채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1심은 SK브로드밴드가 승소했고, 넷플릭스가 항소했다. SK브로드밴드도 1심 이후 넷플릭스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그런데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서로 소송을 취하하며 모든 소송이 종결됐다.
이번 합의의 배경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3년 6개월 가량 진행된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양사 모두 피로감을 느꼈다는 점이 꼽힌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서는 KT·LG유플러스와 달리 유일하게 넷플릭스를 자사 IPTV에서 제공하지 못했고, 넷플릭스 서비스를 결합한 통신요금제도 내놓을 수 없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이미 1심에 패했기 때문에 향후 ‘망이용료’를 낼 수 있게 된다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먄약 2심·3심에서마저 패소한다면 한국 시장에서 판례가 만들어지면서 해외 시장에서 망 이용대가 관련 이슈에서 부담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양사가 합의했으니 분쟁은 끝난 것으로 봐야 하고, 국회에서는 사업체들이 자체적으로 합의를 하면서 규제 필요성에 대해 의문이 떠오를 수도 있다”며 “다만 다른 기업들을 포함해 해당 이슈가 아예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서로 기업간에 접점을 찾아서 파트너십을 맺든지, 법적인 규제가 생기든지 이슈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