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이사회 보고 목표로 실무진 작업 진행 중
운용사 통합, 펀드서비스ㆍAI 등 조정 물망 올라
일각선 은행-카드 통합 가능성도...단기간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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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가 경쟁사 대비 다소 비대한 지주 자회사를 통합 혹은 지분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실무적으로 검토가 진행 중이며, 오는 10월 열리는 이사회에서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이는 '내실부터 다지겠다'는 진옥동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임 조용병 회장 시절 자회사가 급증하며 떨어진 경영 효율성을 복구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현재 전략부서 실무진을 중심으로 일부 계열사 통합 및 지분 이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10월 초 열리는 이사회 워크숍에서 첫 보고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됐던 일부 계열사 통합 건의 경우, 이르면 올해 연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부터 반영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번 계열사 통합 및 이전 방안은 진옥동 회장의 의지로 파악되고 있다. 조직 규모에 비해 지주 직할 계열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진 회장은 취임 이후 '내실 다지기'를 최우선 전략 목표로 설정하고 조직 정비에 나서고 있다. 비은행 인수합병(M&A) 확장 전략 재검토, 보통주 주식 수 감축 및 주주환원율 제고, 조직 슬림화 및 영업경쟁력 제고 등이 핵심 방향성이다.
신한금융지주는 현재 15개 계열사를 지주사 직할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이는 KB금융의 11개 계열사 대비 다소 많은 수준이다. 지주 자회사는 전임 조용병 회장 시절 크게 늘었다. 2014년말까지만 해도 13곳이었던 자회사 수가 조 회장 첫 3년 임기 후인 2020년말에는 18곳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자회사가 무분별하게 늘어났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이들 계열사가 모두 지주 실적에 일정부분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가 아닌데다, 일부 계열사의 경우엔 타 계열사에 상당부분 기능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합 및 이전 필요성이 부각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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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이 검토되는 자회사로는 우선 신한자산운용과 신한리츠운용이 꼽힌다. 두 운용사의 통합은 전임 조용병 회장 시절에도 검토했던 내역으로 확인된다.
2020년까지만 해도 신한금융 계열 운용사는 3곳에 달했다. 전략적 투자자인 BNP파리바와의 이견으로 인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전통자산만 담당했고, 당시 중요성이 커지던 대체투자시장 공략을 위해 신한대체운용과 신한리츠운용을 별도로 설립한 것이다.
BNP파리바 지분을 인수해 신한자산운용을 100% 자회사로 만든 뒤인 2021년 신한대체운용과의 통합은 이뤄졌다. 이후 신한리츠운용까지 추가 통합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당시 조 회장의 채용비리 관련 재판 및 라임펀드 사태 등 그룹 안팎의 난제로 인해 유의미한 진척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올해 말 신한자산운용의 조재민 대표(전통자산 부문)와 김희송 대표(대체자산 부문), 그리고 신한리츠운용의 김지욱 대표 임기가 만료된다. 조재민 대표와 김지욱 대표는 첫 2년 임기 만료이며, 김희송 대표는 연임 임기 만료다. 김 대표는 2017년부터 신한금융의 대체투자부문을 맡아왔다.
펀드 사무수탁 회사인 신한펀드파트너스의 지분 구조 재정비 가능성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신한펀드파트너스는 2000년 한국투자신탁에서 분리 설립돼 2008년 신한금융 계열사로 편입됐다. 올해 초 신한아이타스에서 신한펀드서비스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국내 1위 펀드 사무수탁 회사다.
KB금융의 경우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략본부 산하 펀드서비스부에서 사무수탁 기능을 맡고 있다. 현재 업무 전문화를 위해 분사를 추진 중인데, 물적분할 후 은행 자회사로 두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지주 계열 펀드 사무수탁 회사는 계열 운용사 일감 비중이 큰 편이다. 계열 운용사는 은행ㆍ보험 등 그룹 계열사에서 대규모 자산을 맡기기 때문에 금융지주 계열 사무수탁 회사가 국내 1~3위를 점유하고 있다. 업무는 운용사와 밀접하지만 운용사와 수직계열화할 경우 외부 영업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이나 증권 산하 계열사로 내려보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AI를 독립 자회사로 둘 지 여부도 이슈라는 지적이다. 신한AI는 조용병 회장 시절 '디지털' 부문에 대한 그룹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 국내 최초ㆍ유일 AI 전문 금융지주 자회사로 설립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신한AI의 역할은 펀드나 퇴직연금에 로보어드바이저 모델을 제공할 뿐이라는 평가가 많다. 자산관리(WM) 부문과의 시너지 강화를 위해 은행 혹은 증권과 통합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신한펀드파트너스의 정지호 대표는 올해 말 첫 2년 임기가 만료된다. 신한AI의 배진수 대표는 2019년 신한AI 대표로 선임돼 3차례 연임을 거쳤다. 역시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신한은행과 신한카드의 통합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다만 2000년 이후 은행에서 카드 기능이 분사된 적은 있어도 재통합된 사례는 없다는 점이나, 점차 커지고 있는 여신전문회사의 부실이 은행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 노동조합 이슈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에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거란 분석이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진옥동 회장 체제가 출범한데다 올해 말 지주 직할 계열사 15곳 중 9곳의 CEO 임기가 만료되는만큼 변화를 줄 만한 시기는 맞다"며 "연말 계열사 CEO 인사에서 계열사간 겸임을 시키거나, 통합을 추진할만한 인물을 선임하는 등의 선행 작업이 있을지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