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에 묶인 돈 풀어야" 정부 나서서 정리 속도
"방향성 맞지만" 가계대출 증가·금융사 부담 증가 우려
안그래도 '블랙홀'된 은행채…정책 영향 채권 시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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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를 위해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총 21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 대책과 더불어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시장 정리에 속도를 내 ‘막힌 돈줄을 풀겠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공급’에 집중된 대책이 가져올 ‘역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특히 자금조달 수요가 높아진 은행이 은행채 발행을 크게 늘리면서 채권 시장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가계대출 증가 및 금융지원 부담이 더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26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권이 PF 시장 자금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21조원이 넘는 자금을 추가 투입한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PF 사업장과 건설사 등에 투입하기로 한 금액까지 더하면 지원 규모가 40조원으로 늘어난다.
또한 정부는 공공에선 12만 가구 수준의 물량을 수도권에 공급하기로 했다. 3기 신도시 물량을 3만 가구 이상 확충하고, 신규 공공택지 추가 조성을 통해 8만5000가구 이상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인허가 절차를 단축해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도 더해졌다.
이러한 정부의 대책은 최근 시장에서 주택 인허가와 착공 및 분양 물량이 급감하여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를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자금이 모두 부동산 PF에 묶여 ‘돈이 돌지 않는’ 상황이 심화하고 있고, 유동성이 막히니 기업 부채는 늘어나고 신규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 입장에선 ‘PF발 돈맥경화’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나서 시장 정리에 속도를 내는 취지는 긍정적이란 평이다. 다만 부동산 PF가 전반적인 금융 상황과 엮여있다보니 실행 및 영향은 지켜보겠다는 관측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신규 자금지원과 PF대출 연장은 단기 자금조달과 유동성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에 긍정적”이라며 “다만 지방 및 비주택 사업의 PF 위험의 핵심이 해당 현장들의 사업성 부족에서 비롯된 가운데 착공·분양 촉진을 통한 PF 위험 해소 여부와 실질적인 공급확대 수준에 대해서는 향후 정책의 실행 과정 및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책이 ‘공급’에 집중하다보니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위 측은 26일 브리핑에서 “이번 대책은 수요 측면보다는 공급 측면의 대책"이라며 "물론 두 개(유동성 완화, 가계부채 관리)가 좀 다를 수는 있지만, 정책적으로 조화롭게 잘 운용해서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그렇게 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의 의도는 정상 사업장은 정상화까지 시간을 벌고, 부실 사업장은 자연 정리되는 것이었는데 모두 만기 연장만 이어가면서 정책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현재 사실상 부실 사업장은 캠코 말고 사줄 곳이 없기 때문에 정리가 미뤄지니 (이번 대책으로)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조금 더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의 방향성과 취지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잘못하게 되면 가계부채 증가라든지 악영향도 나올 수 있어 정부에서 운영을 잘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반복되는 PF 활성화 대책에 힘을 보태야 하는 것에 부담도 없지 않은 분위기다. 정부는 부실·부실 우려 사업장의 재구조화를 위해 PF 정상화펀드를 당초 1조원 규모에서 2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민간 투자자가 1대 1로 매칭되는 ‘캠코펀드’(PF정상화지원펀드)에는 1조1000억원 규모로 신한·국민·NH농협·우리금융지주와 민간 투자자가 참여한다.
금융권에서는 이와 별개로 1조원 규모의 별도 펀드도 조성한다. 먼저 해당 펀드에는 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이 6000억원을 투자한다. 저축은행 및 캐피탈 등 저축·여신업권에서는 4000억원을 투자한다.
안그래도 자금 수요가 높아진 은행들이 은행채를 쏟아내면서 채권 시장의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레고랜드 사태로 급증한 고금리 예금·적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자금 조달을 위한 은행채 발행이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만기 예금 규모가 최소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고금리 기조에서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다시 부각되면서 회사채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찾고 있고, 이에 은행들의 자금 조달 수요가 높아졌다. 사실상 기업들이 발행해야 하는 회사채를 은행이 대신 발행해서 자금을 흘려주고 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들도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 해야 하는 시장인데 가계대출이며 기업대출이며 상승 추세니 사실상 도망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며 “찬밥 더운밥 가릴 수 없으니 은행채 등 조달 다변화에 나서고 있는데, 큰 차원에서 정부 정책 방향이 은행채 등 채권시장에 줄 영향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