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익성 회복해 25년 메모리 사상 최대시장 예고
HBM 적극 대응까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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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앞서 실적을 발표하며 업황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마이크론은 ▲내년 중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종전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며 ▲인공지능(AI) 확산과 HBM 덕에 내후년 메모리 산업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크론의 이번 실적 발표 내용은 연휴 이후 차례로 실적 시즌에 돌입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각)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기준 2023년 4분기(6~8월)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매출액은 40억1000만달러(원화 약 5조4300억원),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18달러를 기록해 각각 블룸버그 컨센서스(매출액 39억2000만달러, 조정 EPS -1.18달러)를 상회했다.
다음 분기에 대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숫자를 제시하며 시간 외 주가는 4%가량 하락했으나 시장은 이날 발표에서 쏟아진 긍정적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업황은 바닥을 지났고, 고객사 재고가 정상화한 데다 산업 전반 공급 감소가 수익성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9월 말께 D램과 낸드 현물 가격은 1년 6개월 만에 반등세를 보이며 업황이 저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늘었는데, 공급사 중 마이크론이 가장 먼저 이를 확인해 준 셈이다.
이어 마이크론 역시 내년부터 수억 달러 수준 HBM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 예고하며 2025년엔 이 덕에 전체 메모리 시장규모(TAM)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는 마이크론 역시 엔비디아 공급을 앞두고 검증에 돌입한 상태며 내년 HBM 생산능력 확대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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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휴 이후 주가 흐름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은 소식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 발표 직전인 지난 27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0.29% 하락한 6만8400원, SK하이닉스 주가는 0.26% 하락한 11만4700원에 마감했다. 양사 모두 올해 들어 업황 회복과 HBM 효과 기대감 등을 순차로 반영한 뒤 수개월째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업황 측면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 회복 기대감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시장에선 마이크론의 이번 성적표가 부진이 길어지는 공급사 전반의 수익성 회복 시점부터 D램 시장 내 HBM 효과 등을 살필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크론이 D램 시장 3위 공급사이면서 HBM 대응에서 가장 뒤처진 만큼, 업황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응용처 전반 DDR5 전환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D램 3사 전반 수익성 회복 시점도 빨라지는데, 마이크론은 내년 초쯤 DDR5 매출이 DDR4 비중을 넘길 거라 설명했다"라며 "낸드를 포함해 고객사 재고도 정상 수준에 안착했다고 표현한 만큼 HBM을 공급 중이거나, 연내 공급 예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엔 더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HBM 공급으로 인한 믹스 개선 효과를 증명한 바 있다. 수년 동안 D램 매출에서 한 자릿수에 불과하던 HBM 등 그래픽D램 판매 비중이 2분기 20%를 넘어서며 적자를 가파르게 줄여낸 것이다. 시장에선 3분기 중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먼저 D램 흑자를 달성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마이크론이 밝힌 적극적인 HBM 대응 전략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3사 위상 판단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 역시 SK하이닉스, 삼성전자에 이어 엔비디아 내 공급 점유율 경쟁에 본격 뛰어들 것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탓이다.
현재 시장에선 SK하이닉스를 HBM 내 선두로, 삼성전자를 추격자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마이크론은 비교적 존재감이 낮은 편이다. 3사 모두 HBM 역량을 보유 중이고, 시장 점유율을 나눠가지고 있으나 핵심은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로 요약된다. AI 반도체에서 SK하이닉스 HBM을 탑재한 엔비디아 가속기 시리즈만이 유의미한 리더십과 성장세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HBM이 기존 D램 시장의 경쟁 구도와 방식을 모두 뒤집고 있는 만큼 마이크론의 참전이 당연시되었으나, 발표 내용대로라면 예상보다 빨리 3사의 엔비디아 내 점유율 경쟁이 시작되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HBM 시장이 커지면 엔비디아도 복수 공급사를 채택할 수밖에 없지만, 예상보다 가파르게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라며 "아직은 삼성전자가 확보한 물량도 구체적 내용이 알려진 바가 없어 다들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