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인수권증서에 관심 보이는 기관들
낮은 협상력·공매도 규제에 수익 전만 못해도
주가 변동성 낮으면 수익 기회…"단기 투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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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금리 인상세에 조달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이 주주가 내놓은 유상증자 참여 권리 '신주인수권증서'를 통해 단기 수익을 내는 전략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주가만 크게 변동되지 않는다면 일정 수익을 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곤 있지만, 예전만큼 조건 협상시 매수자에게 유리한 수준으로 할인율을 정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은 한계다. 발행사들의 재무 여력에 대한 우려에 주가 변동성 또한 적지 않다.
올해 3분기 주주배정 유상증자 건수와 규모가 늘어났다. 인베스트조선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7~11월 기준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추진한 발행사는 총 15곳이다. 발행 규모는 총 1조451억원이다. 올해 같은 기간 유상증자를 추진했거나 할 계획인 기업들은 총 19곳이며 발행규모는 총 2조6686억원 수준이다. 전년대비 규모가 155%가량 증가한 모습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세에 높아진 조달비용 등 여건이 악화하면서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모양새다. 향후에도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활발히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통상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자본시장에서 악재로 인식된다. 자금난에 직면한 기업들이 주로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기 위해 택하는 방법이었던 까닭에서다. 출자 이후에도 성장성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면서 70% 이상을 신사업 확대에 쓴다고 밝힌 것이 시장 우려 불식에 도움이 됐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관들은 신주인수권증서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기존 주주들은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추진되면 '신주인수권'을 받게 된다. 신주 발행시 우선적으로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다. 이는 유가증권 형태로 거래할 수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들 입장에서 단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라서 할인율이나 수량 등 조건이 맞는 신주인수권증서 매수를 노리고 있다"라며 "주가만 크게 흔들리지 않으면 아비트리지(차익)에 가깝게 일정 수익을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마저도 예전에 비해 수익률이 낮아지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통상 유상증자를 주관하는 증권사와 매도자 측이 협의를 해서 적정 수준을 정한 후 매수자 측이 이를 수용하면 투자가 진행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신주인수권증서 투자를 원하는 자금이 꾸준히 존재하면서 매수자의 협상력이 한 풀 꺾였다는 지적이다.
공매도 규제에 따른 부담도 존재한다. 2021년 금융위원회는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유상증자 기간 공매도를 할 경우 증자 참여를 제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따라 기관들의 투자 자율성이 다소 제한된 상태다.
옥석가리기 또한 향후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자회사 구하기'에 나서야 하는 모회사들이 내놓을 신주인수권증서에 대한 반응은 이미 미지근한 상태다. 일례로 CJ CGV를 들 수 있다. CJ는 CJ CGV 유상증자 신주인수권 배정 물량의 55%만 청약한 후 나머지는 시장에서 소화시키고자 했지만 불가능했다. 신주인수권 가격도 8월 24일 기준 132원으로, 장내거래가 시작된 18일 종가 대비 55% 넘게 하락했다.
SK리츠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최대주주인 SK㈜는 1300억여원의 배정금액 중 10%인 130억원만 청약하겠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잔여 신주인수권은 매각했다. 2대 주주인 새마을금고중앙회 역시 신주인수권을 전량 대량매매 방식으로 국내 기관들에게 미리 팔았다. 그 결과 이론가격 290원의 SK리츠 신주인수권이 매매 첫날 23원에 거래되고, 종국엔 가격이 장당 1원까지 떨어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향후 고금리가 유지될 경우 재무건전성에 우려가 있는 기업들은 모회사 지원을 받아 자금을 보충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라며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기업들의 유상증자 건들 위주로 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