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악재에 외국인ㆍ기관 투매...1.2兆 순매도
시중금리는 급등...美, 내년 연말에야 25bp 인하 가능성
계절적 요인도 작용..."11월 초까지는 경계감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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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스피지수가 3월 이후 최저점 수준까지 밀리며 2400선을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수출지표 호전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고금리ㆍ고유가ㆍ고환율로 대표되는 매크로 악재에 투자 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은 까닭이다.
지속되는 미국 경제 호조에 11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내년 기준금리 인하 시작 시점 역시 미뤄지고만 있다.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선을 눈 앞에 뒀고, 원달러환율은 치솟고 있다. 통상 10월엔 계절적 요인으로 변동성이 더 커지는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 증시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추석 연휴 끝 일주일만에 증시가 열린 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1% 하락한 2405.73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연휴간 글로벌 악재를 반영하며 전 거래일 대비 마이너스(-) 1.2%로 시작된 코스피 지수는 내내 약세를 보이며 2400선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이날 외국인과 국내 기관들은 '쌍끌이 매도'에 나섰다. 코스피ㆍ코스닥을 합쳐 1조2000억원에 가까운 매물을 쏟아냈다.
이날 약세는 일정부분 예상 가능했다는 평가다. 개천절 휴일로 시장이 열리지 않았던 3일 역외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이 달러당 1360원을 돌파한 까닭이다. 미국 국회에선 1달짜리 임시 예산안 통과를 주도한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이 미국 역사상 최초로 표결 끝에 해임되며 '미국 정부 셧다운' 공포감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악재들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하반기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완화하며 긴축이 끝나고, 경기가 점차 회복되며 기업 이익이 늘어날 것이란 전제가 점점 어긋나며 구조적으로 증시 급등이 불가능한 구조로 가고 있다는 평이다.
최근 2년새 미국 통화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고용시장은 여전히 강한 상태다. 미국 노동부가 4일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8월 미국 민간기업 구인건수는 961만건으로 시장 전망치인 880만건을 크게 웃돌았다. 해당 보고서 공개 이후 미국 국채 선물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40% 이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85%를 돌파하며 다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30년물 금리도 5%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1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연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준 총재가 4일 "2024년 연말 근처에야 (기준금리) 25bp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발언하며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였다는 평가다.
미국의 시중금리 급등과 고금리 장기화 우려는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원달러환율은 3일 역외시장에서 1360원을 넘어선 데 이어, 4일 정규 시장에서도 장중 1363.5원까지 치솟았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난해 9월 긴축 발작 당시처럼 원달러환율이 다시 1400원을 돌파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화 약세는 외국인 이탈을 부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9월 들어 거래소에서 1조원, 코스닥에서 1조2000억원 등 총 2조2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중 미국 FOMC가 있었던 20일 이후 5거래일간 매도 규모가 월 순매도 규모의 절반인 1조원에 이른다. 10월 첫 거래일이었던 4일에도 코스피 4150억여원, 코스닥 2750억여원 등 하루에만 7000억원에 가까운 순매도를 쏟아냈다.
물가 우려 역시 지속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최근 급등하면서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 기준, 3개월 전만 해도 배럴당 60달러대 후반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는 8월말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다시 9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속속 유가 중장기 전망을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올리고 있다. 지난달 23일엔 JP모건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석유ㆍ가스 탐사와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가 줄어든 가운데 탈석유 정책과 탄소중립 기조가 더해지며 '공급 충격'이 왔다는 게 전망의 주요 배경이었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증시에 자금 유입 매력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계절적인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한국 변동성 지수인 VKOSPI의 경우 9~10월에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는 ▲ 추석 연휴 전후 자금 수요 ▲ 연말을 앞둔 일부 펀드 포지션 청산 ▲ 대주주 양도차익과세 회피 물량 등이 집중되는 까닭이다. 미국 및 유럽도 예산안ㆍ펀드 청산 등의 이유로 10월에 조정이 나타나는 경향이 짙다는 분석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통상 10월은 계절적으로 헷지펀드 북클로징, 과세회피용 청산 등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강달러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의 선제적 안정화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 보이며, 11월 초까지는 경계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