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조한 경기지표…'확실 신호' 없으면 고금리 지속"
'손 놓은' 투자자들…"금리 높지만, 투자여력 부족"
악재 쌓인 증권사, 채권평가손 우려 더해저 실적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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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정책이 예상보다 오래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8%를 돌파했다. 추석 연휴 이후 국고채 금리도 급등세를 보인 가운데 지난해 레고랜드발 유동성 위기를 겪은 국내 채권시장이 올해도 가혹한 시기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자들은 ‘관망세’에 들어갔고 증권사에서는 채권평가손 인식 가능성이 커지면서 실적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5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4.351%로 전 거래일 대비 0.321%포인트 급등하며 전날의 급등세를 이어갔다. 전날인 4일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10월말 이후 처음으로 장중 4.3%대를 돌파했다. 앞서3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4.81%를 기록하는 급등세를 보인 영향이다. 이는 지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26bp가량 치솟았다.
미국의 고금리 환경이 오래 지속될 것이란 전망 하에 미국과 한국에서 한동안 장기채 중심의 채권시장 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채권시장 투자자들의 경계심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PF 부실 우려 등으로 인한 유동성 악화로 10월 ‘유동성 냉각기’를 보냈고 11월 중순 이후 투심이 점차 안정세로 돌아선 바 있다.
시장은 아직 ‘금리 정점’이 아니라는 관측에 관망세에 들어간 분위기다. 향후 추가 금리 상승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번 주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될 예정인데, 경기가 둔화한다는 ‘확실한 시그널’이 나오지 않으면 한동안은 금리가 잡힐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발 유동성 위기 당시 국채 10년물 금리가 4.6%까지 급등한 바 있다. 이는 2011년 3월 이후 최고치였는데, 당시 단기 지표 금리인 3년물 국고채 금리도 4.5% 가까이 올랐다. 이달 3일 국고채 금리가 4.3% 가까이 오른 점을 고려하면 ‘정점’을 논하긴 이르단 관측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상반기에는 기준금리보다 낮아도 ‘남들이 사니까’ 모두 투자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남들이 안사니까’ 아무도 선뜻 매수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며 “연초에 유동성이 풍부하니 상반기에 많이 투자했지만, 지금은 현금이 없으니 누가봐도 매력적인 금리가 왔어도 매수할 수 있는 주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전망이 하반기에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으로 쏠리면서 적절하게 대비한 곳들이 많지 않은데, 이렇게 금리가 치솟아도 악재가 여전히 많다 보니 섣불리 나설 수 있는 강심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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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채권 투자자들도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언제 중단될지, 언제까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일단 관망’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기사(“When Will the Fed Stop Raising Rates? That’s the Trillion-Dollar Question for Bond Investors”)를 통해 미국 국고채 금리가 10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미국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의 기회를 보고 있지만, 금리 정점을 확인하기 전까지 자금 유입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크레딧 시장 투심은 더욱 악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통상 4분기엔 기관들 북클로징 시기가 다가오며 크레딧 시장 수급이 위축되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국고채 금리가 4%를 넘기는 상황에선 크레딧 채권은 5% 이상의 금리를 제시해야 그나마 투자자들 입장에선 '볼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크레딧 시장에는 금리 고공행진에 서둘러 회사채 발행에 나서려는 기업들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SK그룹, LG그룹 등 빅 이슈어 계열사들을 포함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롯데로지스틱스, GS에너지 등 다수의 기업들이 10월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크레딧 투심이 위축되는 가운데 금리 혼동세에서 장기물보다 단기물을 선호하는 투자자들도 있어 오히려 선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들의 하반기 실적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대규모 채권평가손을 기록해 실적 급락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주요 증권사들도 수천억원의 채권평가손을 인식하는 등 실적 타격이 컸다. 올해 상반기는 연초 시중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며 운용실적이 나아졌고, 금리 인하 영향으로 파생상품 이익이 늘어 호실적을 보였다.
올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충당금 부담이 늘어난 터라 하반기 실적 고민이 이미 큰 상황이다. 부동산 PF와 관련해 2분기에도 충당금을 쌓았는데, 구체적인 PF 부실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3분기에도 추가로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여기에 채권평가손 증가, 증시 거래대금 감소까지 겹치면 주식과 채권 양쪽에서 상반기보다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증권사 금융 연구원은 “회사별로 헷지 전략이나 파생 운용 실적이 어떤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금리 급등으로 증권사들의 채권평가손실이 꽤 크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가 오르면 채권평가손도 있지만 전체 시장이 나쁘니 운용 실적도 좋지 않을 것이고, 부동산 부실 사업장이 늘어나는 등 부정적인 이슈가 계속 터지다보니 탈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