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화물 원매자 찾지만…티웨이 등 LCC 업계는 '시큰둥'
화주 네트워크 부족한 LCC, 화물사업 확대 메리트 없다는 평가에
대한항공 점유율 40%대 넘어서…"인수하면 대한항공만 좋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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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해외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대한항공이 '화물사업부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럽과 미국 등 해외 경쟁당국에서 통합 항공사의 화물 운송 부문 독과점 가능성을 우려하자,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전체를 국내 LCC(저비용항공사)등에 매각해 당국의 승인을 받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막상 원매자로 나서려 하는 LCC들이 없어, 대한항공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회계ㆍ사업적으로 분리해 독립 법인을 설립하더라도, 이를 인수하려는 사업자가 없으면 합병 승인 여부도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여객 위주로 수익을 내고 있는 LCC 입장에선 굳이 나서서 경쟁사인 대한항공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주를 이룬다. 항공화물의 경우 이미 대한항공 단독으로도 시장 지배력이 높아, 신규 사업자가 진출할 만한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이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합병시정서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전체 매각'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앞서 EC는 지난 6월 통합 항공사 출범시 화물 운송 부문의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 대한항공에 화물 부문 정리를 추가로 요구했다. 당시 EU 집행위는 대한항공에 발송한 예비 심사 결과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할 경우, 한국-유럽 화물 노선에서 유럽 항공사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미국과 EU, 일본 등 3곳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결국 EC와 미국 법무부(DOJ)의 승인을 받기 위해 일부 여객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을 외국 항공사에 넘길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를 통째로 매각하겠다는 마지막 승부수를 꺼내든 셈이다.
아시아나의 지난해 기준 화물사업 총 매출은 약 3조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5조63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글로벌 국제선 화물에서 아시아나가 담당하는 화물 비중은 20%에 달한다. 이에 조종사노조 등 아시아나 내부에서는 대한항공이 합병 과정에서 '아시아나를 반토막 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합병 승인을 최우선 순위로 삼고, 특히 국내 LCC들을 상대로 아시아나의 화물 사업부 분리 및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앞서 EC와 DOJ에 '경쟁 사업자'로 내세웠던 티웨이항공에 가장 먼저 화물 사업부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티웨이의 화물 운송 역량이 부족한 것을 고려해, B747ㆍB777 등 화물 전용기와 유지 보수ㆍ정비사업(MRO)까지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EC가 티웨이항공보다 더 큰 항공사를 요구하면서, 최근엔 제주항공과 그의 모회사인 애경그룹에도 사업부 지원 및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와 제주항공 측은 이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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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B747ㆍB777 화물기 등 대한항공의 '파격적 제안'에도 LCC들의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LCC들은 아시아나의 화물 사업부를 인수해도, 큰 메리트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의 한국-미주ㆍEU 항공화물 시장에서 대한항공의 지배적 위치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유럽 노선에서의 화물 운송 비중은 대한항공이 40%대로 절반에 가까운 반면, LCC는 3%대에 불과하다. 아시아나가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LCC들이 이를 통째로 넘겨 받아도 최대 21%에 못 미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을 그대로 인수하면 60%대의 독점적 지위를 형성할 수 있고, 이를 경쟁사에 그대로 반납하더라도 시장 지배력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국내 LCC 고위 관계자는 "여객은 대개 포인트 투 포인트(직항)로 운영되지만, 화물은 다양한 글로벌 지역을 오가야 하기 때문에 화주(貨主) 네트워크가 핵심"이라며 "대한항공이 화주 네트워크까지 넘겨줄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다른 LCC 관계자도 "LCC들이 아시아나 화물사업을 일시적으로 넘겨 받는다 하더라도 화주들이 다시 대형사를 찾아갈 것"이라며 "코로나때 누렸던 화물 특수는 이미 끝났고, 단일 기종으로 효율성을 뽑아야 하는 LCC 입장에선 화물기를 운영할 필요가 전무하다"고 말했다.
결국 LCC들 사이에선 "아시아나 화물 인수는 대한항공에게만 좋은 일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마땅한 LCC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자, 출혈을 감수하고 사업부를 매각하려던 대한항공도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를 인수하려는 경쟁 항공사가 없으면 합병 승인 여부도 불투명한 까닭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EU 경쟁당국과 현재 경쟁제한성 완화를 위한 시정조치안을 면밀히 협의하고 있으며, 늦어도 10월 말까지는 시정조치안을 확정해 제출할 계획"이라면서도 "협의 중인 시정조치안 세부 내용 및 대상은 경쟁 당국의 지침상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