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 지속 가능성에…외인ㆍ기관 차익 실현 물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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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IPO(기업공개) 최대어로 평가받는 두산로보틱스가 이날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지만, 장중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며 시장의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증권가에선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로봇 테마주'마저 매크로 악재를 이길 수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시중금리 급등과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증시 악화가 두산로보틱스 같은 '빅딜'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상장 당일 이어진 외국인ㆍ기관의 차익 실현 매매도 주가 하락의 요인으로 평가된다.
5일 공모가 2만6000원의 두산로보틱스는 상장 직후 공모가의 155%인 6만6500원까지 주가가 올랐지만, 단기 급락 후 변동성을 거듭하다 5만1400원으로 마감했다.
앞서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 경쟁률 272대1, 일반투자자 경쟁률 524대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청약증거금은 33조1093억원, 청약 건수는 149만6346건으로 증거금이 33조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처음이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두산로보틱스 주가가 첫날 10만원에 가까운 '따따블'을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새로 변경된 가격제한폭 규제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1만5600원에서 10만400원 사이에서 형성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두산로보틱스는 따블(공모가 대비 2배)까지 무너지며 90%대 상승세에서 이날 증시를 마감했다. 상장 첫날 차익을 실현하려는 외인과 기관들의 매도세가 거셌고, 미국발(發) 고(高)금리 충격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코스피가 2400선을 겨우 유지하는 까닭이다.
이날 외인들은 두산로보틱스 약 141만주를 순매도했고, 기관들도 127만주 가량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법인들도 122만주를 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개인들은 순매수세를 이어가며 주가를 지탱했다. 기관 확약 물량을 반영한 당일 유통가능 물량은 총 주식수의 15.8%에 해당하는 1025만주 가량이다.
이는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고금리 기조 강화, 국채금리 폭등 등 현재 국내 증시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한 까닭이다. 미국 하원의장 해임, 연방정부 셧다운 리스크 등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도 위기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실제 지난 4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41% 하락한 2405.69에 마감, 추석 연휴 이후 약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증시를 지탱했던 2차전지ㆍ로봇 등 테마주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전일 상장한 중소형주인 보안 전문기업 '한싹'이 첫날 주가가 200% 급등하는 등 분위기가 좋아서 두산로보틱스도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이라며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등 매크로 문제로 당분간 국내 증시 약세장이 예상되니,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의 욕망이 컸다"고 분석했다.
두산로보틱스의 주가 추이는 남은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두산로보틱스의 추이를 보고 상장을 준비하려는 IT 기업들이 많은 까닭이다. 만약 두산로보틱스가 바로 직전 상장했던 '밀리의서재'처럼 상장 당일 급등 후 하락세를 이어간다면, '빅딜 가뭄'이 지속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비친다.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이후 에코프로머티리얼즈, SK에코플랜트 등 빅딜들이 잇따라 상장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만약 두산로보틱스 주가가 하락세를 보인다면 이들 대어들이 상장을 보류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다. 이미 증권신고서를 내고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인 SGI서울보증보험 역시 청약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부 임원은 "이번 두산로보 상장 건은 2년 만에 싱가포르투자청(GIC)이 들어올 정도로 주목도가 높은 빅딜"이라며 "두산로보의 추이를 보고 상장 시기를 조율하겠다는 기업들이 많은 상황인데, 이런 빅딜이 잘 안 될 경우 기업들이 겁을 먹고 상장을 보류해 IPO 시장 분위기가 침체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