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스라엘 지원한다면 국채 금리에도 상승 요인
유가에는 이란 개입 여부가 변수...증시는 '눈치보기'
국내 증시, 최근 매크로 변수에 취약...극심한 변동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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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하마스(팔레스타인 이슬람 저항운동)가 이스라엘을 전격 공격하며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자극받은 가운데, 이번 충돌을 빌미로 급등 후 안정세로 돌아섰던 국제 유가가 재상승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스라엘까지 전격 지원한다면 국채 추가 발행에 따른 채권시장 불안 가능성도 언급된다.
관건은 이번 충돌이 미국ㆍ유럽 대(對) 중동ㆍ러시아 등 국제전의 대리전 성격으로 비화할지 여부다. 한국은 연휴로 장이 열리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증시 및 상품시장은 숨 죽이며 눈치를 보고 있는 모양새다.
9일 미국 텍사스산 중질유(WTI) 11월물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4.1% 오른 배럴당 86.22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4.5% 가까이 오르며 배럴당 87달러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이후 다소 안정세를 찾는 모양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WTI 선물 가격이 당일에만 9% 이상 치솟으며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것과 비교하면, 변동성이 그리 크진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미국 나스닥100 선물 장외 거래가 역시 전 거래일 대비 100포인트, 0.7%가량 하락한 약보합세를 보였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선물 시장 역시 전일 대비 1% 하락한 4.734%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 재급등에 따른 시장의 불안감이 아직 금융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전이되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번 충돌이 두 집단 사이의 전면전, 더 나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국제 대리전 성격의 전면전으로 번질지 여부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증시 및 채권시장의 불안은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그에 따른 고금리ㆍ긴축정책 장기화(higher for longer)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충돌이 전면전, 국제전으로 번진다면 기준금리 급등에 따른 고금리 피로감으로 체력이 약해진 금융시장이 한번 더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두 달여만에 안정되기 시작한 국제 유가가 다시 불안한 상승을 시작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부분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일각의 예상대로 이란이 하마스의 배후에 있는지 여부다. 일단 미국 국무부는 "하마스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올 하반기 들어 국제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공조로 상승세를 거듭해왔다. 셰일 오일 증산은 쉽지 않고, 전략비축유 카드도 거의 다 써버린 미국은 이란의 경제 제재를 해제해 국제 원유 공급망에 이란을 다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만약 하마스를 이란이 지원했다는 증거가 드러나면 경제 제재는 한동안 다시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국제 유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스라엘 지원으로 인해 미국 정부의 재정 부담이 더 커질지도 변수다. 미국 정부는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약 760억달러(약 102조원)의 재정적ㆍ군사적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는 올 들어 지난달 말 기준 1조5000억달러(약 2023조원)의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58% 늘어난 규모다.
여기에 이스라엘까지 지원하려면 국채 추가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이 경우 미국 국채 금리 추가 급등이 우려된다. 내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며 최근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가 16년만에 5%를 기록하는 등 국채 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가 국채의 발행을 늘린다면 채권금리 추가 급등-증시 급락으로 이어지는 금융시장 불안이 불가피할 거란 지적이다.
최근 국내 증시와 채권시장은 글로벌 매크로 변수에 따른 외국인들이 이탈로 인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분쟁의 확산 여부가 국내 금융시장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줄 수 있는 셈이다. 일단 9일 휴장으로 인해 직접적인 충격은 피한만큼, 이후 분쟁의 진행 방향에 따라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은 유가 상승 위험을 초래해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위축 모두에 위험을 줄 수 있다"며 "이번 사태가 새로운 인플레이션 원인으로 작용할지, 경기 침체를 자극하며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대될지 여부에 따라 금리의 방향성이 결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