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사들은 캐파 확대에 더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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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여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자금조달 계획안은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배터리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매년 증설에만 10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자금 조달도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해 초 기업공개(IPO)를 통해 10조원가량을 조달한 이후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하며 현금 여유분을 손에 쥐었다.
최근에는 일본 토요타와 2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전용 생산라인 구축을 위해 2025년까지 4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회사인 미시간 법인에 보유 현금 1조3108억원을 출자하기로 했고 동일한 규모만큼 추가로 채무보증을 지급할 예정이다.
SK온도 역시 올해만 배터리 증설에 7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이를 위한 실탄 확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금리가 치솟으며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았지만 프리IPO(상장전지분투자)를 통해 4조8000억원을 마련하며 일부 숨통이 트였다. 이후 10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 발행, 유로본드 발행, 고객사인 현대자동차그룹으로부터 2조원을 차입하거나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등 꾸준히 조달에 애를 쓰는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최대 5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선정한 주관사들과 금리 조건을 두고 협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은 금리 조건을 확인해야겠지만, SK그룹 계열사인 만큼 발행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 기업이 잇따라 자금을 조달하면서 한편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고금리가 고착화하면서 조달 비용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상반기 발행한 회사채의 이자율은 4%대다. 지난해까지 발행된 회사채나 외화사채들의 이자율이 2~3%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올랐다. SK온이 올해 5월 발행한 그린본드와 농협은행으로부터 차입받은 원화장기차입금의 이자율은 5%대에 달한다. 높아진 조달비용에 회사채 발행을 망설이는 여타 기업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만큼 추후 이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결국 영업창출현금을 통해 갚아나가야 하는데 조달 규모가 이를 크게 웃돈다. 조달 규모는 조단위인 데 반해, 올해 1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EBITDA는 6955억원, 올해 상반기 기준 SK온의 EBITDA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년 LG에너지솔루션의 설비투자(CAPEX) 규모는 12조원 안팎이다. 내부 현금자산과 EBITDA를 통해 대응하더라도 감당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라며 “차입이나 현지 대출로 충당해야 하는데 금리 수준이 올랐다. 미국 내 대출이자율은 4~4.5% 정도로 거론된다. 채권 금리도 비슷하게 높게 오르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금조달을 멈출 수는 없다. 시장이 지속 성장하는데 투자를 멈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7월 한 세미나를 통해 ‘커지는 2차전지 시장에 대응하려 증설에 나서지만 자금조달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낸 것과도 궤를 함께한다.
전기차 수요 둔화 조짐, 재고자산 증가 등 대외적 변수에 대한 우려가 있다. 실제로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내 배터리 재고가 늘면서 전기차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핵심 원료인 리튬의 가격도 하락하는 모습이다. 원자재 가격은 배터리 제품 수익성과도 직결된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재고자산도 늘었다. 지난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 재고자산의 장부가액은 7조2213억원으로 전년대비 3%가량 늘었고 SK온의 경우 4조690억원으로 1년 만에 15%가량 증가했다.
신용평가사들은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신용등급 획득에 나선 두 기업으로 하여금 ‘높은 매출 성장 가능성’과 ‘계열 지원 가능성’ 등을 고려해 양호한 등급을 제공하면서도 모니터링 요인으로 글로벌 2차전지 시장 내 수급변동, 공급망 재편 등 시장 환경 변화, 투자진행 과정과 성과 등을 명시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는 전기차 수요 부진 자체는 아직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유럽 시장도 일부 조짐이 나타나곤 있지만 결국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등락이 있을 순 있다고 본다”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두 기업 모두 수익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지만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에 비해 수요 변동에 따라 지표 등에 있어 타격을 조금 더 받을 순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리튬 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쌓여오던 재고자산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생각보다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성과를 크게 내지 못하고 있다”라며 “리튬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판가를 낮추려 할 수도 있다. 그간 배터리 업체들이 원자재 가격을 핑계로 수익성을 챙겨왔다는 시각이 없지 않기도 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