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대상 기업들, 주주들 적극 접촉중
기업들도 "앉아서 당할 순 없다"…자문사 찾기도
관련 일감 늘어날까 로펌 등 자문사들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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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서 다시금 행동주의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내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갖는 주주명부 확정이 올해 말일이기 때문에 행동주의를 계획하는 주주들과, 기업들이 미리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앞서 다수의 ‘공부 사례’가 생긴 기업들은 사전 대응에 나서기 위해 주주들과 미리 접촉하고 자문사를 찾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자문사 등 관련업계에서는 다가올 일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KT&G를 상대로 행동주의에 나서고 있는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최근 KT&G를 상대로 회계장부 등의 열람·등사를 청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부터 FCP는 수 차례에 걸쳐 회사 측에 주주 제안을 하고 있지만, 회사 측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법적 대응에 나섰단 입장이다.
FCP 관계자는 “해당 사안들과 관련된 내용들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사례가 많기 때문에 법무법인 등과 상담을 거쳐 소송에 나섰다”고 말했다.
앞서 8월 강성부 펀드가 인수한 KCGI자산운용(옛 메리츠자산운용)은 공개서한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주주행동을 개진했다. 다만 현정은 회장의 백기사인 H&Q가 현대홀딩스컴퍼니에 투자하고 현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2대 주주인 쉰들러는 지분을 계속 줄여나가고 있어 주주행동은 힘을 잃고 있는 모양새다.
한 행동주의펀드 관계자는 “뭔가를 하려면 지분을 사모아야 하니 극비에 진행을 해야하고, 아무래도 지금은 여러 가능성들을 생각하고 있는 정도”라며 “일부 행동주의펀드가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기업 인수를 위해 펀딩에 나서고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행동주의 펀드들이 내년 주주총회를 준비하는 채비를 갖추면서 이를 방어해야 하는 기업들이 일찌감치 기관투자가 등 주주들과 활발히 접촉하고 있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한 기업자문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전 대응 준비를 위해 연락오는 기업들이 많다”며 “기존에 행동주의펀드들이 들어왔던 기업들의 경우 그들의 요구 사항에 대해 얼마나 잘 준비하고 대비했는지에 따라 내년 주총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행동주의펀드 입장에선 내년 주총을 겨냥한다면 지금부터 물밑작업을 해야하는 시점이라 지금이 양측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행동주의가 고개를 들면 일감이 늘어나는 법무법인, 주주관리 및 의결권 대응 자문사, 지배구조 컨설팅 등 관련업계는 기대감이 오르고 있다. FCP와 KT&G 같은 사례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려면 작업이 2~3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처럼, 행동주의가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점도 고려된다.
최근 운용업계에서 펀딩이 어려운 점도 행동주의펀드가 많아질 수 있는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적은 지분’으로 이슈를 만들고 주가를 올릴 수 있어 '차라리 행동주의'를 고려하는 하는 의견들이 있다.
한 기업자문 변호사는 “법률적인 이슈는 로펌이 투입돼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일감이 생길지 지켜보고 있다”며 “행동주의 입장에서도 허술하게 공격에 들어갈 수는 없으니 꼼꼼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동주의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자세가 달라진 점도 감지된다. 몇 년 전만해도 국내 기업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들의 의견을 중시하지 않다보니 대응이 체계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분할처럼 개인주주들까지 여론을 형성하고, 국내에서도 행동주의 사례가 늘면서 사전 준비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기업들은 더 이상 ‘기습 발표 후 대처’가 아니라 미리 기관투자자 등 주주들을 설득할 여건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주주들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자문사를 찾기도 한다. 분할·합병 등이 활발해지면서 공격 당할 수 있는 이슈 범위가 넓어진 것도 사전 대비 필요성을 높였다. 공개매수 등이 늘어나며 M&A에서도 우호 지분 확대를 위해 주주 설득이 필수다. 올해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나섰을 때 SM엔터 측이 하이브보다 한발 앞서 대규모 의결권 자문단을 꾸린 바 있다.
통상 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 지배구조 이슈가 있는 기업들이 행동주의 타깃이 된다. 기업 자체적으로 대응이 까다로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나 외국인 주주들을 관리하는 외국 자문사로 머로우소달리, 조지슨, 이니스프리 등이 있는데 머로우소달리의 경우 국내에도 법인을 두고있다.
특히 한국 기업 지분이 전체 포트폴리오 상 크게 중요하지 않은 외국인 주주들의 경우 회사 상황을 모두 신경쓸 수 없기 때문에 주총에 앞서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자료를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주총의 ‘핫이슈’였던 SM엔터와 얼라인파트너스의 표대결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ISS 등이 얼라인의 안건에 찬성을 권하면서 기관들에게 ‘명분’을 만들어준 바 있다. 반대로 올해 2월 현대백화점의 경우 현대백화점홀딩스-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 계획에 대해 ISS가 반대 의견을 내면서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대표를 받고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의 경우도 이달 23일 임시주주총회에 앞서 최근 ISS와 글래스루이스 모두가 찬성 의견을 제시하면서 힘을 얻었다. 셀트리온홀딩스 대주주인 서정진 회장의 지분율에도 영향을 주는 합병안이기 때문에 ‘찬성’ 의견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회사 측이 앞서 구조적인 면을 보강하는 등 설득에 나선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