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 최대 2000억 이상 줄였지만 주당 할인율도 5% 감소
시작부터 거래소 보호예수ㆍ금감원 밸류조정 압박 '이중고'
사법 리스크에 공모 흥행보단 상장 후 주가 유지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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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기업공개(IPO)를 앞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이하 에코프로머티)가 금융 당국의 요구로 적정 기업가치를 조정했다.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지난 8월 이후 ‘반토막’나자, 금융감독원이 주가 흐름을 반영해 공모가를 낮출 것을 요구한 것이다.
당국의 요구를 반영해 에코프로머티는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을 4만6000원에서 4만4000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조달 자금 규모도 300억원 가량 줄였다. 다만 밴드 하단은 그대로인데다, 공모가 유지를 위해 할인율을 일부 조정한만큼 고평가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코프로그룹의 전구체 생산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는 최근 증권신고서를 정정하고 상장 후 밸류 최대치를 기존 3조2700억원에서 3조1300억원 수준으로 낮췄다. 밸류를 결정하는 반기 연환산 EV/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거래배수를 기존 76배에서 67.5배로 줄이면서 공모가 및 상장 후 시가총액도 감소한 것이다.
최근 2차전지 산업 전반의 거품이 빠지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금감원은 관련 주가 흐름을 반영해 에코프로머티의 공모가를 조정하라고 요구했다. 2차전지에 개인투자자들의 수급이 쏠리자, 주식시장 과열을 우려해 당국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8월 임원회의에서 "(2차준지 테마주에서) 단기간 과도한 투자자 쏠림, 레버리지 증가, 단타 위주 매매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공격적 신용융자 확대로 '빚투(빚을 내서 투자)'를 부추길 수 있으므로 관리해달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이를 의식해 회사와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은 공모가를 결정하는 포스코퓨처엠ㆍ엘앤에프ㆍ코스모신소재 등 비교그룹의 시가총액을 낮춰 반영하고, 이를 통해 산출한 주당 평가가액도 5만원대 초반에서 4만원대 후반으로 줄였다.
앞서 에코프로머티는 포스코퓨처엠(31조4200억원), 엘앤에프(6조7850억원) 등 지난 상반기 주가를 기준으로 EV/EBITDA를 산출했다. 그러나 정정신고서에는 포스코퓨처엠(24조3600억원), 엘앤에프(5조6540억원)으로 약 20% 줄어든 시총을 반영, 적정 밸류를 5%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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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바뀐 공모가를 두고도 고평가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밴드 하단은 그대로인체 상단만 4% 줄어든 데다, 공모가 할인율도 함께 내리면서 당초 제시했던 공모가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까닭이다. 실제 지난 주당평가액 대비 할인율은 14~32.3%였지만, 현재 할인율은 10.9~26.7%로 적용됐다.
에코프로머티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다음주 이후 진행될 해외 IR(기업설명회)에서 ‘오버행(상장 후 유통물량 출회) 우려 해소’를 강조할 계획이다.
앞서 주요 주주인 BRV캐피탈매니지먼트(23.7%)와 IMM인베스트먼트(2.5%)는 보유한 지분 전량에 대해 6개월 동안 보호예수를 걸었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을 비롯한 개인 대주주들도 보유주식 무상 증여와 보호예수 체결을 통해 오버행 우려를 줄이고 있다.
상장 직후 매도 가능한 주식 수는 전체 18.7%로, 기관 투자자들의 확약까지 더해지면 15% 내외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동채 전 회장을 비롯한 에코프로그룹 내부에서는 상장예비심사 단계부터 지속 제기되는 당국의 압박을 두고 긴장감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 4월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지난 5월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기소된 이동채 전 회장이 2심에서 법정 구속되면서 사법 리스크가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상장심사 기한(45영업일)을 훌쩍 넘긴 6개월이 지나서야 신고서가 통과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장예심 단계에서 거래소가 최대주주뿐 아니라 일반 주주들의 보호예수도 요구하는 등 압박이 심했다. 당국이 2차전지 기업들의 주가 유지 의무를 강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