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로 재조명 받는 로봇산업…이젠 유일한 성장주?
입력 2023.10.18 07:00
    2차전지 이을 '주도주'로 조명
    두산·한화는 협동로봇, HD현대는 산업용 주력
    기대감만큼이나 '거품' 우려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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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두산로보틱스 상장으로 국내 로봇산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두산, 한화, HD현대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로봇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다 현재로선 로봇주가 유일한 '성장주'라는 평가도 나오면서다. 다만 실적보다는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평가받는 만큼 거품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주도주 역할을 했던 2차전지가 약세를 보이며 로봇주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초전도체, 양자컴퓨터, 로봇, 인공지능, 정치 등 여러 테마주가 이어졌는데 로봇주의 경우 다른 테마주에 비해 '실체'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정부가 로봇을 국가 첨단산업 육성 분야에 포함한 데 이어 주요 대기업들도 로봇산업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로봇 산업에 진출해 있는 국내 대기업 중 두산과 한화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협동로봇 시장이다. 협동로봇은 대부분 '팔 형태'를 하고 있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로봇을 뜻한다. 두산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국내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는 미국·덴마크 회사인 유니버셜로봇(UR), 일본의 '화눅', 대만의 '테크만'과 함께 글로벌 4강을 구축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작년 기준 해외매출 비중이 70%에 달하고, 60%의 매출이 발생하는 북미와 유럽시장이 주 타깃이다.

      이달 4일 출범한 한화로보틱스 역시 협동로봇을 중심으로 로봇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화로보틱스는 그룹 내 조선 계열사인 한화오션에 납품하며 선박 건조현장에 적용 중이며, 특히 주방 자동화 로봇 등을 개발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에 포커스를 맞추고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간과 함께 일하게 설계된 협동로봇과는 달리, 산업용로봇은 인간을 대신해 제조 공정을 자동화하는 데 특화했다. HD현대로보틱스는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메이커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내 조선 계열사에 납품하고 있다. 

      적자를 내고 있는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협동로봇 기업들과는 달리 HD현대로보틱스는 2022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국내 증권사 IPO 담당자는 "HD현대로보틱스는 업력이 오래된 만큼 로봇 시장 매출을 꽉 잡고 있다"며 "현대로보틱스의 경우 제조 공정에서 쓰이는 산업용로봇 제작에, 두산로보틱스·한화로보틱스·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은 협동로봇에 집중해 해외로 나가려는 움직임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도 로봇 산업에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99%를 확보하며, 지분을 59.94%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매수청구권) 계약도 맺었다. LG전자는 2017년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엔젤로보틱스(구 SG로보틱스)에 30억원을 투자, 2018년에는 산업용 로봇기업인 로보스타를 인수했다. 로보티즈에도 90억원을 투입해 현재 지분 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약 9600억원을 들여 미국 로봇 전문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공식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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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로봇시장에 나서자 로봇주들의 상장 및 인수합병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대장주격인 두산로보틱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현대로보틱스와 한화로보틱스같은 대기업 계열 로봇회사들의 상장 기대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다른 IPO 관계자는 "로봇주 중 하나인 뉴로메카의 경우, 시장에서 한화나 포스코 등 대기업 '인수설'이 계속 나오는 등 시장에 로봇산업의 M&A 대한 기대감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대감만큼이나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로봇 산업과 같은 신성장 분야는 현재 실적으로 평가되기보다 미래 성장에 대한 가치가 반영되다보니 실질적인 기업가치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 로봇 대장주로 꼽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올해 실적 추정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340배에 달한다. 로보스타, 로보티즈, 로보로보의 PER 역시 100배를 웃돈다. 코스피·코스닥시장 신통합지수인 KRX300의 PER이 18배를 웃도는 것을 감안하면 로봇주에 지나친 거품이 껴있다는 지적이다. 

      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로봇기업들이 시장에서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기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의 가치를 인정 받고 있는 상태"라며 "특히나 협동로봇 시장은 성장성이 높지만, 절대 시장 규모 자체가 한동안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주의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에도 요원한 상황이다. 한 공모주 펀드 운용역은 "로봇 자체는 미래에 필수적이지만, 로봇주의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시기가 당장 오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감속기, 서브모터, 모션제어 등 로봇의 필수 부품들이 대량생산과 같은 터닝 포인트를 지나 공급단가가 획기적으로 낮아져야 로봇의 도입이 쉬워질 텐데, 그 시기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로봇주가 2차전지 이후 테마주로 주목받은 만큼 매크로(거시 경제)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는 문제도 있다. 국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차전지 수급이 로봇으로 이동한 만큼, 로봇 테마에서 빠진 돈이 다시 2차전지로 갈 수도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순환매 형식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로봇이 중장기 성장분야인 것은 맞지만, 현재 로봇 시장이 지나치게 가열되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아직 국내 로봇 산업은 비즈니스 준비 단계에 있고 구체적인 성과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